피해 부모 “은폐하려는 것 아닌지”
교육청 담당자 “그런 의도 아냐”
서울 양천구 소재 중학교에 재학중인 남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학생들을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피해 학부모가 이 사실을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지만 담당자가 “지워달라”고 수차례 전화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폭력 사태를 교육청 차원에서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일 피해자 부모 A씨에 따르면 그는 교내 성희롱 사건을 알게 된 뒤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전자민원 ‘서울교육 신문고’에 해당 사실을 알리는 비공개 글을 올렸다. 피해 부모는 ‘제2의 정준영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내에서 남학생의 집단 성희롱 사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같은반과 옆반 남학생들의 SNS 대화 내용이 유출됐는데 그 내용이 얼마전 매스컴을 통해 알려져 있는 연예인 정준영 사건과 다름이 없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그냥 쉬쉬하고 넘어간다면 다른 후배들도 동생들도 같은 상처를 입고 힘들어진다. 부디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해서 앞으로 이런 충격적인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관에서 특단의 조치를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해당 민원을 올리고 난 뒤 돌아온 것은 “민원 글을 지워달라”는 교육청 담당자의 요구였다. 피해 부모에 따르면 해당 교육지원청 담당자들은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교육청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고 학교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해결할 것”이라며 “일단 글을 지워달라”고 말했다. 부모가 글을 지우지 않자 담당자의 전화는 며칠 간 계속됐다.
피해 부모는 교육청 관계자의 ‘글 삭제’ 요구에 대해 교육청이 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피해 부모는 “민원신문고라고 게시판을 만들어 놓고서 나중에 글을 지우라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면서 “단순히 학폭위를 열어달라고 글을 올린 것이 아니라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이나 재발 조치를 해달라는 간곡한 호소였다”며 “그런데도 교육청은 ‘글을 지우라’라고 하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피해 부모는 끝까지 글을 지우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서양천 교육지원청 소속 해당 장학사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은폐나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부모에게 ‘학교가 잘 조치를 하기로 했다’, ‘그 외에 고등학교 진학에 관한 부분 우려도 학교에 전달했다’는 흐름의 대화가 흘러갔고 추가적으로 답변이 필요하느냐고도 물었다”면서 “지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해당학교 3학년 남학생 10여명이 수개월간 SNS에서 수십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심각한 수위의 언어 성희롱을 한 것이 드러났다. 가해 학생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 여학생들을 겨냥한 성적 혐오 발언을 주고 받고 여학생들을 몰래 찍어 올리거나 사진을 합성·편집해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여학생은 40여명에 이른다.
한편 헤럴드경제가 교육부로부터 받은 ‘성 관련 사안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심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폭위에서 심의한 성폭력 사건은 2014년 1429건에서 지난해 4040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새 2.8배 증가한 수치다. 성폭력 사건 피해 학생수도 2014년 1885명에서 지난해 6488명으로 3.4배 증가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예산을 확보해 초·중·고 양성평등교육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