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롯데쇼핑이 납품업체에 판촉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겼다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돈육 납품업체에 판촉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긴 롯데쇼핑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11억8500만원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기준으로는 과징금이 역대 가장 크다. 지난 2016년 공정위는 홈플러스의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 등을 적발, 22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헤럴드DB]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헤럴드DB]

롯데쇼핑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삼겹살 데이 할인행사 또는 오픈 할인행사를 실시하면서 판촉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사전에 판촉행사 비용 분담과 관련한 서면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할인행사가 종료된 후에도 행사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합의한 단가보다 낮게 납품받는 방식으로 상당한 금액의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2년 6월부터 2015년 11월까지는 돈육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 총 2782명을 부당하게 파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종업원들은 상품판매나 관리업무 이외에 포장 등 업무도 떠맡았으며 파견요청 공문에는 법정기재사항도 누락됐다. 물론 파견 인건비는 모두 돈육 납품업체에서 부담했다.

아울러 2013년 4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컨설팅 회사를 통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하면서 자문수수료는 납품업체에 전가했다. 통상 PB상품은 롯데쇼핑의 브랜드로 개발비용은 자신이 부담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밖에 세젤 용역을 추가로 제공받으면서도 비용은 따로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다만 공정위 사무처는 납품업체에 후행 물류비를 떠넘긴 혐의와 보복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전원회의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몇몇 납품업체들은 롯데쇼핑의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게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홈플러스 등 다른 유통업체도 이러한 관행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통상 대형마트들은 납품업체 물품이 물류센터에 도착해서 일정 기간 머무르다 매장으로 보내지는 보관형 물류에 대해 일정액 수수료를 부과한다.

공정위 사무처는 마트 측이 물품을 대량으로 쟁여놓고 필요에 따라 내보내면서 납품업체가 물류비를 부담하는 것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라고 봤다. 유통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량으로 물건을 받아 보관하면서 물류비까지 과도하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원회의서는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고병희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는 게 아니라 불합리한 측면을 제재보다는 자발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