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와 조작으로 드러난 ‘픽미’ 열풍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음악전문 방송 엠넷(Mnet)에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두 명의 전문 PD가 5일 구속됐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연습생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돌 오디션의 전성기를 이끈 안준영(40) PD와 ‘슈퍼스타K’ 시리즈를 탄생시킨 김용범(45) CP다.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은 시즌1(2016년)부터 ‘픽미’ 열풍을 일으키며 시즌을 계속했지만 ‘대 국민 사기극’으로 판명나며 많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종영한 ‘프로듀스X101’ 경연에서 PD가 시청자 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 원인과 본질은 방송사와 기획사의 공조 시스템에 있다.
방송국은 나이 어린 연습생들의 절박함을 무기로 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해 인기를 높이고, 여기서 배출된 프로젝트 그룹의 활동을 통해 일정 기간동안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다. 또, 기획사 입장에서는 이제 갓 입문했거나 트레이닝 기간이 길지 않은 나이 어린 연습생을 단번에 스타로 만들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제도로 매력을 느끼게 했다. 엠넷은 스타쉽 등 몇몇 기획사와는 아예 유착관계를 맺어 특정회사에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했다.
방송국이라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엠넷은 갑을 관계를 이용해 ‘프듀101’에서 만들어진 프로젝트팀의 계약기간을 갈수록 길게 해 수익을 극대화했다. ‘프듀101’ 시즌4격인 ‘엑스원’은 총 계약기간 5년중 2년6개월은 엑스원으로, 나머지 기간은 개별활동을 병행하게 해놨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생명은 투명성이지만 엠넷은 흥행에만 골몰, 방송윤리마저 저버렸다. 시청자들은 담당 PD가 편집과 분량으로 특정인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한다는 ‘피디 픽(pick)’ 정도의 과도한 개인적 재량만 있는 줄 알았지만, 조직적인 투표 조작이 이뤄져 충격을 더했다.
생방송 경연을 벌이는 투표 당일 집계시스템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함에도 PD 한 사람이 문을 잠궈놓고 집계를 했다는 증언들이 나와 공정성에 먹칠을 했다. 따라서 이런 조직적인 범죄가 단지 PD와 CP선에서 행해질 수 있는지 의심도 제기된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엠넷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위 조작은 국민 프로듀서들이 뽑는 프로그램으로서의 공정성에 큰 흠집을 남기며 향후 아이돌 오디션 방송을 폐지하거나, 획기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아이돌 연습생을 대상으로 제작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전히 유효한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엠넷은 5일 ‘프로듀스X101’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를 담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갑을 관계를 배제하고 수직적 시스템에서 수평적 시스템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누구를 뽑을지는 비공개적이지만, 투표과정은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한다”면서 “인디, 재즈,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담는 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