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상 목표 상충 지적 반박
“사후약방문식 정책평가 말라”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국은행이 정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KDI는 최근 현재의 저물가 상황엔 한은의 책임이 있고 통화정책 운용체계를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재수립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지금의 통화정책도 완화적이고 경기성장세 회복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물가 둔화 압력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운용되고 있다”며 “단지 완화 정도를 얼마나 크게 가져가야 할지는 거시경제 여건도 봐야 하지만 금융안정 상황도 봐야 하고, 정책의 효과만 볼게 아니고 그에 대한 부작용도 함께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물가에 대해서도 “사실 우리나라의 물가안정목표제는 신축적 목표제로 봐야 하기 때문에 물가만 볼게 아니라 금융안정도 함께 봐야하는게 맞다”며 “따라서 통화정책은 성장, 물가, 금융안정 상황과 향후 예상되는 변화,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지 사후에 확정된 것으로 정책운용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은 부작용이 있다”면서 “신축적인 물가안정제 하에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저물가 상황이 수요측 요인에 따른 것이란 KDI 주장에 이 관계자는 “한은도 공급측 요인 뿐 아니라 수요측 요인도 있다는 점을 누차 말씀드려 왔다”고 밝혔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지난 28일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안정을 명시적 목표로 삼고 있는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체계는 물가상승률 하락을 기준금리 인하로 대처하는 것을 제약할 수 있으므로, 통화정책이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애초 한은법상 통화정책의 목표는 물가안정 하나였지만 지난 2011년 법이 개정되면서 금융안정이 추가됐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상충되는 성격을 갖고 있는 데다가 최근 가계부채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물가안정 정책이 뒷전으로 밀렸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야기하게 됐다는 것이 KDI의 논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