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삼권분립,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히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어떻게 청와대만 사법체계를 흔든단 얘기를 하는지 납득이 안된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7일째 천막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에서 만난 고(故) 이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석 씨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들에게 청천벽력”이라며 씁쓸해 했다.
이 씨는 “(박 대통령은) 그래도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 권력자가 아니냐”면서 “우리나라가 분명히 삼권분립은 돼 있지만, 여의도가 청와대 눈치 안 보고 자기네들끼리 법을 통과시키진 못하지 않냐”고 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은 임기가 정해져있지만 유가족은 임기가 없다”며 “우리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도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례없는 방법을 통해야만 성역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고, 그래야만 안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것은 유가족만이 아니었다.
난생 처음으로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김모(47) 씨는 “자식 가진 부모 입장에서 세월호 사태가 안타깝게 느껴졌는데, 대통령 발언을 듣고 여론이 더 냉랭해질까 걱정돼 이렇게 단식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또 다른 시민 서모(43ㆍ여) 씨도 “최고 통수권자가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데 답답할 따름”이라며 “대통령 발언에 유가족과 국민들이 더 상처입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조속한 해결을 원한다면 상처 치유법을 제시해줘야 하지 않냐”고 덧붙였다.
한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 법학자 일동’은 지난 7월28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소권과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이 현행 법체계상 문제될 것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법학자들은 “새누리당은 (수사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으로) 사법체계가 훼손된다고 거부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서 “정부기관의 자료제출 거부 등 필요시에는 조사위에 강제수사권 동원이 가능해야 하는데 야당 법안에 따르면 소속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다”고 이같이 주장했다.
민간위원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특별검사가 일정 경력을 지닌 민간 변호사 중에서 임명되듯, 세월호 참사 조사위 조사관에게 공무원 신분을 보장하면서 수사권 등을 부여하는 것은 법체계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