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건설 등 민간부문은 마이너스 성장

정책 추진력 약화돼 복합위기 우려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수출과 투자 등 민간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 행진을 하면서 경제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헛바퀴를 돌면서 이렇다할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심각한 경제현실보다 좋은 지표를 강조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분양가 상한제 확대와 정년연장 등 설익은 정책을 발표해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다 정치권은 2개월이 넘도록 ‘조국 블랙홀’에 빠져 끝도 없는 정쟁만 확대재생산하면서 시급한 민생·경제 관련 법안이나 예산안 심의 등 본연의 기능을 내팽개친 상태다. 정부·정치권·기업·국민이 힘을 모아도 헤쳐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론이 양분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리더십, 정책 추진력이 급속히 약화돼 일본식 복합장기불황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5개월 전만 해도 2%대 초~중반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제는 1%대 후반~2%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우리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월 제시했던 2.4%에서 2.1% 낮췄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2.0%로 전망됐다.

앞서 지난달 현대경제연구원은 2.5%에서 2.1%로, 한국경제연구원은 2.2%에서 1.9%로 낮추는 등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마찬가지로, 9개 IB의 전망치는 7월 평균 2.1%에서 8월에는 2.0%로 더 낮아졌다. 골드만삭스·JP모건·UBS는 1.9%, 노무라와 씨티는 1.8%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로 가면서 성장률 전망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민간 부문의 위축이다.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했고, 건설 및 설비 투자도 지난해 중반 이후 1년 이상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계소비가 미약하나마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 6월부터는 2개월 연속 감소해 불안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올 2분기 우리경제가 전분기대비 1.0% 성장하면서 1분기 마이너스에서 탈출했지만, 경제주체별로 볼 때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1.2%포인트,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를 기록했다. 정부 재정지출 효과를 제외하면 우리경제가 계속 뒷걸음질한 것이다.

민간 부문의 경제활동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겉돌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러한 민간 부문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현실과 거리가 먼 진단을 내놓아 경제주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정책 혼선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기재부 등과 충분한 협의 없이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방침을 발표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기재부는 사실상의 정년연장인 계속고용제도를 2022년부터 도입·추진하는 것처럼 발표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계속고용제도 도입 여부를 2022년부터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알맹이 없는 해명을 내놓아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조국 대전’에 함몰된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하고 있어 제대로 된 민생·경제 관련 논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리더십은 물론 정책 추진력이 약화하면서 날개 없이 추락하는 우리경제가 더욱 어두운 터널로 빠져들어갈 것이란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