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한국은행이 9월 기준금리를 연 2.25%로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지난달 단행한 금리 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연 2.25%로 내렸다. 이는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길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선제적 조치였던 만큼, 한은은 경제지표 흐름을 지켜보면서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연내 한 차례 더 인하돼 2.00% 수준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통위의 주요 참고지표 가운데 하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저물가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4일 발표한 지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5%로 7분기만에 가장 낮았다. 7월말 발표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고, 최초 전망치보단 0.2%포인트가 떨어졌다.

실질 GDP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명목 GDP는 2분기에 전분기 대비 0.4% 감소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내다 본 한은 전망이 또 한번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8월 소비심리지수는 107로 한 달 전보다 2포인트 상승했지만 세월호 사고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같은 달 제조업 체감경기(BSI)는 넉 달 연속 악화됐다. 7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2% 늘어 6월(2.2%)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했으나 회복 속도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경제의 변동은 크지 않았지만 ‘외풍’은 거세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4일 기준금리를 0.15%에서 0.05%로 깜짝 인하한 이후 한은도 금리를 낮춰 저물가와 심리 부진에 대응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한 차례 더 인하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일 기준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에 대해 “2분기 GDP를 보면 경제 회복세가 굉장히 미약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회복세를 확실히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ㆍ통화 정책이 당분간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의 실제 효과 차원에서라도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한은 내부에서도 나온다.

오는 16~17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조기 금리인상의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한은으로선 부담 요소다.

이번 달 금리가 동결됐지만 한은이 올해 안에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다음 달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이후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주택시장 회복세가 미약할 경우 한은이 연내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경기의 하방 리스크 탓에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3.5%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낮추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의 발목을 잡는 것은 가계 부채다. 매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에 기준금리 인하가 기름을 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가 지난 8월 금통위 본회의에서 문우식 금통위원을 중심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시행된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4조700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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