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주주 요구 사실상 전면 거부
밸류동맹, 주총서 회사 안건 반대 시사
양측 지분율 팽팽해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에스엠이 라이크기획 합병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요구를 전면 거부하면서 KB자산운용 등 주주 행동주의 측과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향후 주주총회에서 이사 연임 승인 등을 두고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유력시된다.
지난달 31일 에스엠 측은 KB자산운용에 보낸 회신에서 배당성향 30%, 부실 자회사 정리, 라이크기획과의 합병 등 요구안에 대해 사실상 전면 거부했다.
한달여 답변시한을 요구했던 에스엠이 사실상 대부분 주주제안을 거부하자, KB운용이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밸류동맹’ 측은 격앙된 분위기다. KB운용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법률 검토 등을 통해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측 고위 관계자도 “한달 만에 나온 답변이 너무 내용이 없고 공격적이어서 놀랐다”며 “향후 열릴 주총에서 회사측의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방법 등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총 표대결을 시사했다.
통상 정기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 이사의 보수 한도나 연임 승인, 증자나 감자 등 자본금 변경 등이 회사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식으로 경영진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김영민·남소영 공동대표는 각각 4연임, 3연임 중이다. 두 공동대표 모두 내년 3월 30일로 임기가 완료된다. 지난달까지 공동대표 자리에 있던 한세민 대표가 사임하면서 신규 선임 여부도 관건이다.
현재 에스엠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최대주주 이수만 씨 등이 19% 가량을 보유 중이다.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배우 배용준씨와 알리바바가 각각 4%를 보유하고 있다. 밸류동맹으로 여겨지는 자산운용사 지분을 합치면 23% 가량으로 팽팽한 표대결이 예상된다. 1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구조다.
문제는 운용사가 에스엠 측의 안건을 반대할 수 있어도 먼저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을 내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KB운용 측은 앞선 주주서한에서 에스엠이 제안을 거부하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법 상 지분 3% 이상을 가진 소수주주는 서면으로 임시주총을 요구할 수 있고 주주제안을 낼 수 있어 밸류동맹 측이 주주제안 자체를 내놓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상장사에 적용되는 자본시장법 제147조에는 임원의 선임이나 해임, 이사회 정관 변경, 배당 결정, 회사의 합병과 분할 등에 대한 사항에 영향력을 줄 경우 경영참가 목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KB운용이나 한투밸류운용 모두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투자’로 보고한 상태다. 즉, 단순투자 목적을 유지한 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경우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법적 분쟁 소지를 야기할 수 있다.
경영참여 목적으로 변경하게 되면 앞서 문제제기한 사안으로 주주제안하는 데엔 걸림돌이 없지만, 문제는 운용사로서 부담이 크다는 데에 있다. 향후 타기업에 투자할 때 경영권을 노린다는 오해를 야기할 수 있어 자산운용사로선 선택하기 쉽지 않다.
업계는 이런 한계를 감안할 때 밸류동맹 측이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에 나서기보다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내년 주총 등에서 표대결을 염두하고 에스엠 측을 압박하는 게 가장 현실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