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재량근로제 가이드라인…일본 수출규제 대응 차원
서면합의 필요…출·퇴근 시각 지시 안되지만 근무장소 지시 가능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일본의 수출규제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출실적 타격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소재·부품 국산화에 나선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재량근로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는 등 대응조치에 나섰다.
1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재량근로제의 구체적인 운영지침을 담은 ‘재량근로제 운영 안내서’에 따르면 연구개발에서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범위가 제조업 실물 제품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게임, 금융상품까지도 포함되도록 넓어진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재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재량근로제 적용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적극 수용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인 주요 소재 부품 국산화에 나선 국내기업이 재량근로제를 활용할 경우 연구개발인력은 주 52시간제 근무의 틀을 벗어나 집중적으로 연구개발에 매달릴 수 있다. 고용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업무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제의 예외가 적용되는 특별연장근로도 허용하기로 했다.
권기섭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한 소재·부품 등의 시급한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 직무를 중심으로 재량근로제의 명확한 운영 기준 마련 요구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량근로제는 탄력근로제와 함께 유연근로제의 일종으로, 업무 수행 방법을 노동자에게 위임할 필요가 있는 업무의 경우 사용자가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노동자의 실제 노동시간은 법정 노동시간 한도를 넘을 수 있다.
재량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업무는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노동부 고시로 정해지는데 전문성과 창의성이 필요해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업무 수행 방법을 정할 필요가 있는 업무로, 연구개발(R&D), 정보통신기술(ICT), 언론·출판, 디자인 등 모두 14개다.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려면 노사 서면합의가 필요하다. 사용자는 서면 합의서에 업무 수행 수단과 시간 배분 등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해야 한다. 사용자는 재량근로제를 도입한 상황에서도 업무 수행 수단, 시간 배분과 관계없는 업무의 기본적인 목표, 내용, 기한과 근무 장소 등에 관한 지시는 할 수 있다. 업무 진행 상황과 정보 공유 등을 위한 보고도 받을 수 있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회의, 출장, 출근 등의 의무 부여와 출·퇴근 기록도 가능하다. 하지만 업무 성질에 비춰 보고나 회의 주기가 지나치게 짧아 사실상 노동자의 재량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노동시간 배분에서는 1주 단위로 업무를 부여하거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근무 시간대를 설정할 수도 있지만, 일반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출·퇴근 시각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안 된다.
고용부는 재량근로제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남아 있는 만큼 사업장이 초기에 혼란을 겪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지방노동관서에서 재량근로제 설명회와 컨설팅 등을 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