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부산)=유병철 기자] 4일 밤늦은 시간 부산 롯데호텔 인근의 한 맥주집. 만 37세의 대한탁구협회장 유승민은 수십 명의 20대 젊은이들을 상대로 테이블을 옮겨가며 잔을 기울였다.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2일부터 2019 신한금융 코리아오픈이 열리는 중이고, 이날은 3일째. 공식숙소인 서면의 롯데호텔 근처에서 젊은 회장은 바쁜 일정에도 대회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격려한 것이다. 자원봉사들은 인근 영산대학교와 부산지역의 젊은 탁구선수들이었다. “저는 회장이기에 앞서, 여러분들의 탁구 선배입니다. 선수 출신 대한탁구협회 회장이고, 아주 젊어요. 사실 회장이라는 호칭보다는 사석에서는 선배라는 호칭이 더 듣기 좋아요. 이번 대회는 제가 회장에 취임한 후 열리는 가장 큰 대회죠. 외국손님들도 많이 오고, 할 일도 많지만 저는 여러분들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분들과 꼭 자리를 함께 하고 싶었어요. 힘드실 테지만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해주세요. 내년에 부산에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세계탁구선수권이 개최되니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하시고요. 여러분들이 없으면 내년 대회도 성공개최가 힘듭니다.”이쯤이면 분위기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좋다. 연신 사진을 찍고, “선수생활 하면서 영어는 어떻게 공부했어요?”, “술을 잘 드세요?”, “탁구협회장 말고도, IOC위원, ITTF(국제탁구연맹) 집행위원, 평창기념재단 이사장 하는 일이 정말 많은데 어떻게 스케줄을 관리하세요?” 등 질문이 이어졌다. “알려진 것보다는 영어 잘 못해요. 지금도 고민이고, 공부하고 있어요”, “제가 젊은데다가 원래 체력이 좋아요”, “술은 못 먹는 편은 아니지만 술 먹고 실수하는 것을 싫어해 과음은 자제합니다. 사실 술을 많이 먹을 시간도 부족하고요” 등 젊은 회장도 격려하는 것인지, 자신이 즐기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화답하기에 바빴다. 이 자리에는 대한탁구협회 직원들도 함께 했는데, 하나 같이 밝은 표정이었고, 탁구얘기로 웃음꽃이 만발했다. 한 대한탁구협회의 임원은 “협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유승민 신임회장은 판단력이 좋고, 부지런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잘 챙겨요. 회장이 코리아오픈 기간 중 자원봉사자들과 허물없이 맥주 한 잔 하는 건 처음인데요, 이것도 먼저 제안했죠.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데요”라고 설명했다. 이날 맥주값 70만 원은 유승민 회장이 개인카드로 계산했다.
보궐선거를 거쳐 지난 달 18일 대한탁구협회장으로 취임한 유승민 회장은 이미 신선한 시도로 한국탁구에 ‘젊은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취임식 때 격식에 얽매인 취임사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식의 친근한 프리젠테이션을 해 ‘유티브 잡스’를 별명을 얻었다. 또 바쁜 일정에도 이동시간 등을 활용해 셀 수도 없이 많은 탁구계 인사들과 수시로 소통한다. “유 회장과 깊은 얘기를 나눴다”는 탁구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자와 카카오톡 등은 하루에도 100개가 넘을 정도로 쏟아지는데 모두 성실히 답한다. 확실히 소통을 잘한다. 사실 4일도 유승민 회장은 체육관으로 나올 때부터 청바지에 가벼운 셔츠를 입었다. 대회 개막 후 이틀 동안 격식을 차릴 만남은 대부분 끝났기에 편안한 복장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특히 저녁 자원봉사자들과 격식없이 어울리기 위해 옷차림까지 신경 쓴 것이다.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회장이기도 하다. “제가 원래 사람 만나는 폭이 넓습니다. 그리고 격식보다는 실리를 중시하고, 모든 만남을 가능한 편안하고 진실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젊은층부터 원로들까지 다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소통하고 있습니다.”유승민 회장은 앞으로도 한국탁구의 젊은 쇄신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대회 후 대한탁구협회 인사가 발표되는데, 파격적인 수준이라는 후문이다. 또 5일에는 미래발전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여는데, 이를 통해 한국탁구의 비전을 다운톱 방식으로 체계적으로 수립할 생각이다. 여기에 후원사 확대, 생활체육 부수개편, 주니어 육성책 등 요즘 탁구계에는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연신 꿈틀거리고 있다. 젊은 '청바지 회장'의 스타트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sport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