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선시대의 사랑도 3일천하와 함께 막을 내리게 될까. 민중의 영웅으로 돌아온 이준기의 KBS2 ‘조선총잡이’는 막바지로 향해 가며 실패한 혁명 ‘갑신정변’을 드라마의 한 가운데로 가져왔다.
28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에서는 격변의 시대로 뛰어든 비극적인 연인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두 주인공 박윤강(이준기 분)과 정수인(남상미 분)은 김옥균(윤희석 분)을 도와 정변을 준비해가고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정수인은 박윤강의 도망자 신세를 벗게 하고 개화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궁녀가 됐다.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버린 수인을 보며 윤강은 비통에 잠겨 오열했다. 수인이 궁녀가 되도록 종용한 사람이 김옥균이라 판단한 윤강은 그에게 찾아가 “내가 말하지 않았나. 그 사람은 내 목숨 보다 더 귀한 사람이라고. 내게 남은 유일한 소원이라고. 어째서 그런 짓을 했나? 하나 남은 희망마저 앗아갔느냐”며 슬픔과 원망을 섞어 소리를 높였다.
김옥균의 답변은 의미심장했다. 그는 “미안하다. 본인이 원한 일이었다. 수인 낭자는 자넬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 수인 낭자를 데려오는 방법은 이제 하나밖에 없다. 이 일을 성공시키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휘몰아칠 운명적인 역사를 언급했다.
비극적인 사랑의 연속인 연인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일은 결국 세상을 바꾸는 일뿐이었다.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청년들의 갈망에 얹어진 사랑은 혁명을 위한 커다란 걸음을 내딛고 있는 상황이었다.
갑신정변이 그려진 것은 드라마 말미였다. 우정총국 개국 축하연을 계기로 갑신정변이 일어났다. 1984년 12월 4일이었다.
정수인은 중전 민씨(하지은 분)와 측근들의 동태를 살피며 김옥균을 도왔고, 박윤강은 정변의 계획을 세우며 군사를 훈련했다. 위기는 있었지만, 역사에 기록된 사건이 무산될 리는 없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열망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한 희망으로 혁명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며 조선시대 연인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역사 속의 갑신정변은 3일 천하로 끝이 났다. 조선의 자주독립을 침해하는 청나라의 절대권력과 민씨 수구파의 조선조 개화당 탄압으로 촉발된 젊은이들의 혁명은 이 땅의 독립과 근대화를 일구기 위한 열망이었다. 그 해 12월5일 개화당의 개혁정부의 수립을 내외에 공포하고, 개혁정치 지침도 세웠다. 하지만 국왕과 왕후의 청덕궁 환궁은 갑신정변을 3일천하로 만든 단초였다. 개화당의 혁명은 드넓은 창덕궁에 들어온 1500명의 청군에 대항하지 못한 채 패배했다. 1984년 12월 6일의 일이었다. 그들을 지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조선의 땅에는 없었다. 당시 김옥균 박영호 서재필 등 9명은 일본으로 망명했고, 홍영식 박영교와 사관생도 7명은 청군에 피살됐다. 국내에 남아있던 개화당 역시 민씨 수구파에 의해 색출돼 수십 명이 피살되며 개화당은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조선총잡이’는 이 실패한 혁명에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사랑을 얹었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를 마주한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어떤 방식으로 종결될지 애타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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