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委 합의 불발 가능성…국회 비준과 관련법 개정 불투명 투쟁적 노동운동·대립적 노사관계에서 ‘시기상조’…“절충안 마련해야”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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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노사가 양보없는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른바 ‘친노동정책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면 되레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이 일자리 위축으로 이어진 것처럼 시장의 요구를 외면한채 명분에만 집착할 경우 우리경제에 주름이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5일 고용노동부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따르면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이달초까지로 시한을 늦춰가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두고 막판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노사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없이 국회에서 협약 비준과 관련법 개정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작년 11월 노동자 단결권 강화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방향을 담은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한 데 이어 경영계 요구에 따라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때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로 삼고 오는 6월 ILO 창립 100주년 행사 전에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노사정 사회적 합의 도출을 서두르고 있다.

경사노위 소속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4일 ‘노동 3대 학회 공동 정책토론회’에서“ILO 산하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우리나라를 노동탄압국으로 지목했다”며 ‘군불때기’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성과가 없으면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분쟁으로 비화해 ‘노동기본권 후진국’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ILO 사무총장에게 직접 비준을 공언한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1991년 12월 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으로 분류되는 8개항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와 제98호 협약,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와 제105호 협약 등 4개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칫 ‘노동권선진국’이라는 명분에만 집착해 ILO핵심협약 미가입 조항 4개를 모두 비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현실론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특히 투쟁적 노동운동과 대립적·갈등적 노사관계가 누적돼온데다 생산성마저 낮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을 모두 비준하는 것은 그 자체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도 있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다.

그래서 경사노위에서 노사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절충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영계는 노조 파업에 대응한 대체근로 인정, 부당노동행위 제도 폐지,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개선 등 5개 요구사항을 내놓고 있다. 이중 대체근로 인정과 부당노동행위 폐지는 ILO 기준과 헌법에도 부합하지 않아 사실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상 유효기간 연장,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개선 등은 논의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사업장 점거 문제의 경우 이를 부분적으로 금지하는 판례가 있고 단체협상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문제는 과거 3년으로 운영한 경험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도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을 비롯해, 산별교섭 활성화, 단체교섭과 쟁의행위 목적 확대,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 책임과 형사처벌 개선 등 요구사항 중에서 양보 가능한 선을 제시하고 주고받으며 타협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사가 서로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는 과제부터 우선 집중적으로 논의를 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절충안 마련해 큰 틀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