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공인회계사 회장 인터뷰
뿌리깊은 갈등유발 비용확대 이어져 감사 비용보다 투명성 확보 편익 커 대기업 공익재단도 들여다 볼 필요성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편법승계 논란과 생활비리로 얼룩진 감사 풍토를 문제삼았다. 회계 투명성 결여는 사회 전체적인 갈등 비용의 뿌리깊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이 사회적 신뢰의 결여로 지출하는 갈등 비용만 국내총생산(GDP)의 약 27% 수준이다.
최 회장은 “투명한 관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여러 사회 영역에서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되면 회계사들의 업무 독립성이 확보돼 각 분야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대기업 재단 역시 그동안 꾸준히 ‘편법승계’ 논란을 빚어왔던 곳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2016년말 기준)의 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1.8%로 전체 공익법인(5.5%)의 4배에 달한다. 이 중 74.1%는 계열사 주식이었다.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165개 중 66개(40%)가 총 119개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119개 계열사 중 57개사(47.9%)는 총수 2세도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신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를 사들였는데 그 결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은 16.5%에서 17.2%로 높아졌다.
대기업 공익법인이 편법 지배력 확대 등을 목적으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돼왔다. 법인은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때 모두 찬성 의견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공익법인이 학술ㆍ자선 등 고유목적 사업을 위해 하는 수입ㆍ지출 비중은 각각 30% 수준에 그쳐 전체 공익법인(60%)의 절반에 불과했다. 대기업 공익법인의 자산 중 계열사 주식 비중이 높았지만 정작 수입 기여도는 미미했다.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66개 공익법인 중 2016년에 배당을 받은 법인은 35개(53%)였고 평균 배당금액은 14억1000만원이었다. 장부가액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면 2.6% 수준이다. 계열사 주식의 배당금액이 전체 공익법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6%에 불과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 논란이 되는 과도한 관리비 역시 ‘생활형 비리’로서 공인회계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공인회계사회의 감사공영제 추진팀 관계자는 “대중들과 접점이 넓은 공공 분야를 중심으로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 필요성이 크다”며 “특히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에선 자유선임 방식의 허점을 노린 브로커까지 등장해 박리다매식 계약 경쟁이 심화되면서 감사의 질이 대폭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퇴직 이후 회계 사무소의 직원으로 다시 취업해 관리소장들과 회계법인들의 부실 감사 다리 역할을 한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한 회계사는 156개 단지를 계약(1건당 평균 1.33일)한 뒤 전체 단지에 대해 부실감사를 한 것으로 적발됐다. 이 회계사는 기본적인 예ㆍ적금 확인조차 하지 않고 감사 보고서상 ‘적정의견’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비용보다 투명성을 높여 얻는 편익이 더 크다는 게 공인회계사회 측 설명이다. 아파트 회계감사 보수(2016년 기준)를 살펴보면,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1개 단지에 평균 158만원의 감사 보수가 투입된다. 세대당 연간 약 2200원, 월 약 180원을 부담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감정원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관리비 절감 관련 개선 효과(감사보고서 기준)는 총 1518억원(3317개 단지 기준)으로 세대당 평균 6만3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현재 세대당 월 180원꼴로 감사 보수를 부담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감사인 지정제’가 시행돼도 보수 부담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아파트 감사와 관련해 3년 자유수임 후 2년 감사인을 지정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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