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쭈글쭈끌한 얼굴에서 해사한 미소가 번진다. “꺄르르” 터지는 웃음 소리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보는 이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이렇게 마음 편하게 영화를 본적도 오랜 만이다. ‘칠곡 가시나들’은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군의 일곱 할머니들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별 것 없는 이야기인데 파동이 꽤 크다. ‘칠곡 가시나들’은 맛집 실체를 밝힌 ‘트루맛쇼’, 종교 문제를 다룬 ‘쿼바디스’, 'MB의 추억', '미스 프레지던트' 등 문제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김재환 감독의 작품이다. 이번엔 사회적 문제가 아닌 노년의 삶을 선택했다. 김재환 감독이 조명한 할머니들의 나이는 90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일상에서의 모습은 10대 소녀 같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시장 나들이를 가고 빨래터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막걸리를 나눠 마신다. 한글을 배우고 받아쓰기를 하면서 커닝도 저지른다. 노래자랑에 나갔는데 상을 받지 못해 시무룩해진 할머니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진다.
할머니들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한글이다. 한글을 뒤늦게 배우기 시작한 할머니들은 모여서 삐뚤빼뚤 한글 연습을 한다. 받아쓰기 할 때 커닝은 필수다. 그렇게 배운 한글로 할머니들은 시를 뚝딱 만들어낸다. ‘칠곡 가시나들’에선 할머니들 일상 중간 중간에 직접 쓴 시를 삽입해서 그들의 도전을 응원하게 만들기도 한다. ‘칠곡 가시나들’은 꾸밈이 없다. 쓸쓸한 노년은 영화 안에 없다. 누군가의 부모의 모습이 아닌 할머니들 그 자체의 삶에 집중한다. 10대 소녀들 못지않게 발랄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을 억지로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시를 보면 뭉클함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또 하나의 백미는 영화의 배경이다.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마을은 한 편의 그림 같다. 어디를 둘러 보아도 장관이다.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아내면서 배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느낄 수 있다. 다만 별 것 없는 일상이 담겼기에 특별하진 않다. 드라마틱한 상황, 당연히 일상엔 없다. 오락적 목적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겐 ‘칠곡 가시나들’이 심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영화를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사실도 아쉽다. ‘칠곡 가시나들’은 CGV에서 상영하지 않는다. 제작사가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칠곡 가시나들’은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가 8개의 스크린만 배정해 주자 상영 보이콧에 나섰고 김재환 감독은 “CGV가 정한 모욕적인 룰은 거부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객 입장에선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