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탐정법’ 제정돼도 음성적 탐정업 사라지지 않아 -시험으로 선발땐 검경등 경험 많은 장년층 진입 못해
경찰청에 이어 지난해 12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에서의 탐정업 신직업화 추진과 관련하여 탐정업을 ‘공인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소수 인원을 선발’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온 다양한 형태의 민간조사원 활동에 대해 ‘보편적인 관리’에 나섬이 옳을지를 두고 각계 각인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필자는 탐정제도 연구자의 입장에서 한국형 탐정제도는 ‘보편적 관리제’가 바람직함을 몇가지 측면에서 강조해 보고자 한다.
첫째, 세계 어느 나라에도 ‘공인탐정법’이라는 이름의 실정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탐정법 제정이 공론화 된 17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11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9건은 철회 또는 폐기되고 현재 2건이 계류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발의된 법안들마다 폐기된 법안을 베끼기라도 한듯 줄곧 ‘소수 인원을 선발하여 그들에게만 탐정업을 허용’하는 ‘공인탐정제’ 즉, 공인탐정법 제정에 함몰된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법명부터 아예 ‘공인탐정법’이라 명명하고 그 법률에 따라 탄생한 탐정에 대해서만 ‘공인탐정’이라 칭하며, 그들에게만 ‘탐정권’을 부여하겠다는 발상으로 굳이 좋게 평가해 본다면 ‘최협의의 공인탐정제’라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공인탐정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 ‘공인탐정법’이라는 이름의 실정법이 있는가? 세계적으로 ‘공인탐정’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어떠한 명칭의 법률(또는 조례나 규칙)이 됐건 그에 따라 면허를 받았거나 등록 또는 신고 절차를 거친 후 행정권의 지도‧감독하에 업무를 수행하면서 납세 등의 의무를 지는 탐정을 통칭하는 말’이다(광의의 공인탐정, 개념상 공인탐정). 이럴진데 우리의 탐정법 입법 주체들은 혹 세계의 탐정들이 모두 ‘공인탐정법’이라는 이름을 지닌 법률에 의해 선발(지명)된 ‘최협의의 공인탐정(실정법상 고유하게 명명된 탐정)’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고서는 많은 국민들의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왜 공인탐정법 입법에 그렇게도 편착(偏笮)을 보여 왔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둘째, ‘공인탐정’이라고 명명하여 대한민국 법전에 올림이 적정하다고 보는가.
‘탐정’이라는 호칭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음습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느끼기에 충분한 어감)으로 탐정물(이 아닌 현실속 직업(인)의 명칭으로는 ‘저속’ 또는 ‘요주의 인물’로 치부되기도 함이 현실 아닌가! 이러한 ‘탐정’이란 용어 앞에 ‘공인’이라는 타이틀까지 하나 더 붙여 ‘공인탐정’이라고 명명하여 대한민국 법전에 올림이 적정하다고 보는가? 실로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탐정’이란 호칭은 영어 ‘Private Investigator(PI)’를 일본에서 자신들의 풍토에 맞게 한자로 번안한 것이다. 즉, ‘탐정’이란 명칭은 지구상에서 일본만이 사용하는 일본 직업인 명칭이라는 얘기다. 거기다 탐정이란 용어를 만든 그들마저 ‘탐정(업)은 활동 패턴에 통일성이 없는 존재’로 평가하여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 ‘적정화의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어떤 경우이건 ‘탐정업은 관리(적정화)의 대상이지 공인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셋째, ‘공인제’한다 하여 음성적 탐정 사라지리라 보는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발상.
우리에게 어떤 형태의 탐정제가 적절할지를 판단함에는 우리와 법제 환경이나 생활상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심부름센터와 함께 음성적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일명 흥신소가 1960년대 초 일본으로부터 국내로 들어 왔다는 역사성을 보더라도 일본의 탐정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일본의 경우 2007년에 민간조사업에 대한 법제화를 단행하면서 그 법 이름을 아예 ‘탐정업 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이라고 명명한 가운데 ‘일정한 제척사유가 없는 한 누구든 탐정업을 하되 타인의 사생활 침해 등 법익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정하게 하라’는 가이드라인만을 제시한 ‘보편적 관리제’를 채택했다.
일본이 탐정업 직업화에 공인제(자격제)가 아닌 관리제(신고제)를 택한 까닭은 ‘탐정업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자위적 본능에 기인한 것’이라는 인식하에 ‘소수인원을 선발하여 탐정업을 허용하는 협의의 공인탐정제를 한다하여 음성적인 탐정업이 사라지리라 보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과 ‘실익이 거양되지 않는 공인제(허가제)보다 관리를 통한 적정화가 차리리 낫다’는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다수 선진국이 사설탐정을 직업화하게 된 과정과 궤를 같이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에 국민들은 긍정의 박수를 보냈고 어느 직역도 반대에 극렬히 앞장서거나 가로막지 않았으며 세계는 지금 일본의 탐정제를 높이 평가하며 벤치마킹하고 있다.
넷째, 탐정업 관리법을 통한 탐정업 직업화라면 공인탐정법 제정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긍정으로 돌아 서리라 본다.
우리 사회에서도 입법 주체들이 탐정업의 본질과 유용성 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노력과 함께 ‘점증(만연)하고 있는 탐정업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더 이상 무질서와 무분별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더 이상 방임할 수 없어 부득이 국민들의 권익 증진과 생활 편익 도모 차원에서 이를 보편적으로 관리(적정화) 할 세계적 추세에 걸맞는 민간조사업 관리법 제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긴요성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 보라.
대승적 차원에서 ‘탐정업의 대원칙과 수단‧방법 등 기준을 제시할 관리법 제정(탐정업의 직업화)’에 범국민적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면 그간 공인탐정법 제정 추진에 반대하며 각을 세웠던 사람들이나 인접 직역 또는 단체도 이에 국민들과 함께 긍정하게 되리라 본다. 지난날 탐정업 직업화 추진 과정에서 입법 주체들이 국민적 성원을 당부하거나 반대론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모습을 한차례도 본 기억이 없다. 치안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갈 때 더 질 좋은 치안을 기대할 수 있듯 탐정업 관리법의 경우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이는 어렵지 않게 이룰수 있는 일이라 확신한다. ‘입법도 힘이 아닌 기술로 해야 한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대목이다.
다섯째, 탐정을 시험 성적순으로 뽑는 공인탐정제는 유능한 실무형 탐정들을 ‘닭쫓던 개’ 신세로 전락 시킬 소지 다분해.
한국에서 공인탐정시험이 시행된다면 누가 웃고 누가 울까? 변호사자격을 취득한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이 변호사업의 시너지효과 극대화와 미래 비전 차원에서 공인탐정자격을 취득해 두려 대거 응시할 것으로 보며, 법무법인(또는 단독 변호사 사무실)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변호사 사무장들 간에 본격적인 공인탐정자격 취득 붐이 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경찰 등 공무원시험 준비생들과 검‧경의 학구파 현직 공무원, 법학도 등을 비릇한 고시 탈락파들이 대거 가세하여 매년 공인탐정 선발 인원수를 가수요자이거나 탐정업 비전문가인 이들이 거의 차지하게 될 것이라 단언한다.
즉, 시험 성적순으로 탐정을 공인하는 공인탐정제가 도입되면 수사나 정보 등 다양한 경험으로 현장업무에는 최상의 역량을 발휘 할 수 있으나 손에서 책을 놓은지 오래된 장년층 검‧경의 퇴직자나 오랫동안 이론보다는 현장 중심으로 문제해결에 높은 역량을 발휘해온 ‘현장파’ 등 진정 한국형 사립탐정의 요체가 되어야 할 그들은 ‘실무에 비해 비교적 시험에 약할 수 밖에 없어’ 탐정업의 신직업화가 자칫 그림의 떡이 되어 공인탐정제의 문턱에도 들어서지 못하게 되는 괴리와 허탈을 맛보게 될 소지가 농후함을 미리 경고해 두고자 한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kjs0011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