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는 파업에 잇단 피해 일감 없어 ‘주 3일’ 하는 곳도 ‘노사임단협 빠른 해결’ 호소

“르노삼성 본사에서 부산 공장에 물량을 뺀다고요? 그러면 우리는 전부 망하는 거죠 뭐.”

르노삼성자동차 협력업체 130개사가 모인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나기원 신흥기공 대표는 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나 협의회장는 “현대·기아에도 납품을 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르노삼성에만 납품하는 회사들에게는 정말 힘든 상황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다”면서 “르노삼성 협력업체 대표 자격으로 사측과 노측에 ‘그동안 상생협력의 노사 문화를 이어왔던 만큼 임단협을 빨리 해결하고 장래 수주를 받아 일할수 있게 해달라’는 호소문을 설 연휴에 즈음해서 보냈다”며 절박함을 토로했다.

부산·경남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와 장기간 갈등을 겪고 있는 부산 지역 유일한 완성차 제조업체 르노삼성자동차가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로부터 “노조 파업이 지속되면 신차를 배정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으면서다. 본사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협력업체가 줄도산 했던 ‘한국GM 군산공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부산·경남 지역 경제를 이끌어왔다.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2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연간 3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부산·경남 지역 협력사를 포함하면 2만3000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수출항인 부산항에서도 최대 수출을 맡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13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북미 수출형 로그 누적 생산량은 50만대를 돌파했다. ‘군산에 GM이 있다면 부산에는 르노삼성이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이유다.

잔치는 끝나간다.

르노삼성 총 생산은 2017년 26만4037대에서 지난해 21만5809대로 약 19% 가량 급감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로그 생산비중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르노삼성의 로그 물량은 2016년 13만6982대에서 2017년 12만2542만대로 감소했고 지난해는 10만7262대까지 줄었다.

르노삼성의 실적악화는 협력사에게 직격탄으로 날아온다.

1차 협력업체 16개사를 비롯한 르노삼성 협력업체들은 300개사에 달한다. 이들 협력업체는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몇몇 업체의 경우 일감이 없어 ‘주 3일제’를 도입하는 경우마저 생겼다.

자동차 시트를 르노삼성에 납품하는 업체의 경우 물량을 대량으로 생산해 놓을 수 없어 2~3시간 작업 물량을 생산한다. 그러나 르노삼성 노조 측이 주간 4시간·야간 4시간을 예고 없이 파업에 들어가면 협력업체는 직원들을 출근시켰다가 돌려보내는 일을 반복한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파업을 하려면 확 해버리던지, 하루 전에 갑자기 전화해서 라인 멈춘다고 하면 중소협력업체 입장에서는 피해가 막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부산시 등 지자체가 자동차 부품업체에 1000억원 규모로 긴급 특례보증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육성자금 1100억원도 투입하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르노삼성의 임단협이 끝나지 않으면 협력업체의 경영난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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