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 이미 허가 났는데 정권 바뀌니 환경부가 중단 정부 갈팡질팡 규제로 피해 법원 “공장설립 반려처분 취소”
정부의 오락가락 상수원보호구역 규제 적용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 중 일부가 다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그동안 추진했던 ‘팔당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정 및 특별종합대책 고시’(이하 특대고시) 개정 작업을 미루는 대신 피해를 입은 업체들만을 최대한 빨리 구제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이천시, 광주시 등 상수원보호구역 주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까지 추진했던 특대고시 개정 작업이 지연되자,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이천시 ‘도립산업단지’ 등 6개 사업지의 기업들만이라도 사업추진을 다시 할 수 있도록 2월 이내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대고시는 ‘팔당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을 특별종합 대책 지역으로 지정해 공장 설립을 제한 한다’는 짧은 규정이다. 환경부는 한 동안 이 고시의 ‘제한’을 ‘조건부 허용’으로 해석해 오염물질 한도 설정 등의 조건을 따르면 공장 설립을 허가해줬다. 경기도 광주, 이천 등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많은 중소기업이 이 기준에 따라 소규모 산업단지를 개발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환경부는 이때부터 이 규정의 ‘제한’을 ‘금지’로 해석했다. 새로운 공장설립 신청은 물론 이미 추진하던 사업마저 모두 중단시켰다. 짧게는 6개월에서 2년까지 공장 이전을 추진하던 업체들에겐 날벼락 같은 조치였다. 도립산업단지로 공장 이전을 추진했던 엘리베이터 부품기업 이앤엠 김진락 대표는 “지자체의 안내에 따라 당시까지 정부가 허가해준 전례대로 사업을 추진했을 뿐인데, 큰 피해를 입게 됐다”며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본지 2017년 9월 4일자 ‘환경부 실수(?)로 공장 지으려다 수백억 손해보는 중소기업들’ 기사 참조
환경부 안팎에서는 이 기회에 불합리한 특대고시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환경부는 이를 받아들여 2017년 말부터 이 규정을 합리적으로 바꾸기 뒤한 개정작업을 추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7월 오염물질이 합리적 관리 등의 조건을 따를 경우 허용해주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만들어 행정예고까지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끝내 무산됐다. 서울시나 인천시 등 하류지역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환경부 물환경정책과 담당자는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일단 피해를 입은 업체들을 빨리 구제해 주는 쪽으로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업체 구제 방향으로 환경부가 급선회한 건 최근 법원이 내놓은 판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제 2행정부는 지난달 18일, 이천시 소재 중소기업인 이앤엠 등이 이천시를 상대로 낸 ‘도립일반산업단지계획 승인 거부 처분 취소’에 대한 항소심에서 사실상 원고 승소 취지로 조정을 권고했다. 이 소송은 특대고시로 사업 추진이 중단된 중소기업이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첫 사건이어서 주목됐다.
1심에선 원고인 이앤엠측이 패소했다. 정부는 그저 법리에 따라 행정을 집행했을 뿐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무엇보다 정부도 특대고시의 문제점을 알고 개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오락가락 적용한 특대고시 때문에 민간업체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는 대신 조정을 권고했다. 조정권고안엔 ‘피고는 원고에 대해 도립일반산업단지 승인신청서 반려 통보 처분을 취소하고, 취소 이후 원고는 곧바로 소송을 취하 한다’고 돼 있다.
행정소송 재판 경험이 많은 A지법 B부장판사는 “고등법원 행정소송에서 1심에서 원고 패소한 사건을 조정하라고 한 건 사실상 기존 판결을 뒤집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원고가 진행하던 공장 설립 절차를 계속 밟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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