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도심, 시민들 ‘마스크’ 착용 -명동ㆍ남대문 한산…생계인 ‘불편’ 호소 -병원에도 마스크 쓴 환자들 많아

[헤럴드경제=김성우ㆍ김유진ㆍ성기윤 기자] 희뿌연 먼지가 대기를 가득 메웠다. 짙게 내린 미세먼지는 출근길 직장인들의 시야를 100m 이내로 좁혔다. 시민들은 마스크와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짙은 미세먼지는 아침 영업을 생업으로 삼는 노점상들의 천막마저 굳게 잠그게 했다. 생업보다 생존이 먼저라는 절박감이다. 재앙이 돼버린 미세먼지 속 서울 도심은 황량했다.

2015년 관측이래 처음으로 ‘초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진 서울의 15일 아침. 시민들은 나빠진 공기질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65㎍/㎥(마이클로밀리그램 퍼 세제곱미터), 초미세먼지 농도는 124㎍/㎥이었다. 두 지표는 모두 ‘매우나쁨’ 수준이다. 서울엔 관측사상 처음으로 사흘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실시됐다.

▶‘마스크 무장’한 시민ㆍ관광객들…“야외일정 취소”= 시내 중심부에서 만난 직장인들은 두꺼운 외투대신 마스크로 얼굴을 싸맨 모습이었다. 저마다 “(공기 때문에)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드러그스토어의 마스크 4개 품종 중 2개는 이른 아침부터 품절됐다. 드러그스토어 관계자는 “주말부터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렸다”면서 “오늘 추가 제품이 들어온다고 했는데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정택(59) 씨는 “주말에 (지인들과) 축구연습을 하다가 (미세먼지가) 목이 칼칼할 정도로 너무 심해서 쓰게 됐다”면서 “평소에는 마스크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미세먼지 공포 때문에 인터넷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샀다”고 하소연했다. 이준호(22) 씨도 “평소에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데, 오늘은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쓰고나왔다”면서 “마스크를 썼는 데도 모래공기가 들어오는 것 같아 심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동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캐리어를 끌고다니는 관광객들도 모두 마스크를 썼다. 이른 오전께, 인적이 드문 시간이긴 하지만 평소보다 더욱 한적해보였다. 일본인 관광객 미즈하시 카오리(41) 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하늘이 흐려서 하루종일 저녁같다”면서 “금요일까지 (명동 부근에) 있을 예정인데 돌아가기전에 서울의 맑은 하늘을 보고 가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싱가포르인 양 카이웨이(30) 씨는 “뿌연 연기가 서울을 덮은 것이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한 느낌”이라며 “남이섬에 관광을 가려고 했는데, 이런 야외활동을 취소하고 오늘은 명동일대에만 머물 계획”이라고 했다.

▶한적한 남대문ㆍ생계인 어려움=노점과 개방형 상가들이 주를 이루는 남대문 시장 일대는 미세먼지 탓에 한산했다. 시장에서 가장 큰길인 남대문시장 4길은 평소 오전 9시께부터 채소와 어류ㆍ의류를 사러온 시민들로 가득차지만, 이날만큼은 한가로웠다. 미세먼지 폭풍으로 행인들의 발길이 줄어든 탓이다.

여성복 매장의 양현옥(56) 씨는 “미세먼지가 많아서 어제는 시장에 상인밖에 없었다”면서 “외국인도 미세먼지가 많은 것을 아니까 안온다. 하루에 3만~5만원 정도밖에 수익이 안된다”고 불평했다. 김밥 노점을 운영하는 문선숙(62) 씨도 “공기가 나쁘다지만, 음식파는 사람이라 아파보일까봐 마스크도 못쓴다”면서 “언론에서 (미세먼지를) 하도 경고하니까, 본래 비수기인 겨울인데 요새 장사가 더 안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생계형 외근직’들에게는 미세먼지 경보에 불편을 호소했다. 택시기사 서주호 씨는 “차안에만 있으니까 미세먼지 때문에 기관지가 안좋아지는 게 느껴질 정도”라면서 “손님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단 생각에 마스크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는 윤모(34) 씨도 “밖에서 짐을 나르니까, ‘꼭 마스크를 껴라’는 부모님의 걱정 탓에 (불편하지만) 마스크를 끼고 일한다” 했다.

▶환자로 넘쳐난 병원=내과ㆍ이비인후과, 소아과 병동은 기관지 질환을 호소하는 시민과 아이들로 가득찼다. 부모와 병원을 찾은 아이들은 연신 기침을 했다. ‘엄마 마스크 좀 벗어도 되냐’는 아이의 질문에 함께 온 중년 여성이 ‘안된다’며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이 보였다.

직장인 조모(27) 씨는 “직장에 바로 출근하면 기침 때문에 시끄러울 것 같아 병원을 먼저 찾았다”면서 “다음주 타이페이로 여행을 가는데, 다음주까지 아픈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와 병원을 찾은 윤인정(48) 씨는 “(주말이면 산에가지만) 지난주는 미세먼지 때문에 마트에 갔다”면서 “아이들이 외출할 때는 무조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됐다. 가끔 이런 상황이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미세먼지는 이날 오전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오전에 대기 정체로 미세먼지가 축적돼 대부분 지역에서 농도가 높을 것”이라며 “오후에는 대가 확산이 원활해지면서 중부 지역부터 점차 농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