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된 창구ㆍ사무직 대졸공채 L1, L2과 달라 경력인정 여부 노사갈등 페이밴드 도입 최대난제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19년만의 총파업이 현실화한 국민은행은 노동조합이 9일 업무 일선에 복귀하며 전날의 파업 여진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노사협상이 완전 타결된 것은 아니다. L0 직군 처우개선 등에서 입장차가 커 험로가 예상된다.

가장 첨예한 L0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잉태됐다.

L0는 2013년~2014년 사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생긴 직급이다. 국민은행에선 창구ㆍ사무직이 L0로 통한다. 평직원 직급 체계는 L0을 포함해 대리(L1)-과ㆍ차장(L2)-수석차장ㆍ팀장 및 부지점장(L3)-고참급 지점장(L4)으로 짜여있다.

국민은행은 없던 직군을 새로 만드는 것이 차별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L0 직원들은 승급시험을 거쳐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와 승진 조건이 적용되게 했다.

이번 총파업의 도화선이 된 이슈 중 하나는 L0 직군의 경력 인정이다. 노조는 경력 기간을 전부 인정해 호봉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경력을 모두 인정하면 ‘직급간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창구 직원들의 급여가 대졸 공채로 들어온 대리~과ㆍ차장인 L1, L2 직급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L0직군의 경력이 모두 인정되면 승진에 대해서도 L1이 L0에 ‘밀리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조직 내 인력 구조로 인해 승진에서 밀리다 보면 페이밴드를 적용받는 L1 직급들은 호봉을 올려받지 못한다. 본인의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저성과자’라는 낙인이 찍힐 우려가 있다. 바늘구멍에 비견되는 공채 시험을 뚫고 입사한 L1 직원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금융권에선 L0 논란을 두고 정권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 기조로 인한 부작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은행권 인력구조를 감안하면 방법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는데, 당시 빨리 전환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며 “지금 생각하면 포퓰리즘의 영향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이날 허인 은행장과 박홍배 노조위원장이 참여하는 대표급 교섭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박홍배 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허인 행장과 접촉한 결과 오늘 실무급은 물론 대표급의 미팅 혹은 교섭까지도 가능할 걸로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쟁점 중 하나인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선 이견을 좁힐 가능성이 생겼다. 사측이 노조 주장에 대한 대안으로 임금피크게 진입 직원(팀장ㆍ팀원)들에 대한 6개월간의 인생설계 연수 프로그램을 제안한 걸 검토할 만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위원장은 “사측의 진의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지속적인 인건비 절감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아직까진 접점이 찾아지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