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응답하라’와 ‘꽃보다’ 시리즈를 통해 플랫폼 강자 지상파를 위협한 케이블 채널 CJ E&M의 tvN은 올 한 해 드라마 제작을 부쩍 늘렸다. 오는 17일 퓨전사극 ‘삼총사’가 시작하면 tvN은 개국 8년 만에 처음으로 요일별 색깔에 맞춘 일주일 풀라인업을 완성한다. 막대한 제작비용도 감수한 과감한 투자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만난 정형진 tvN 콘텐츠 운영국장은 “2006년 개국 이후 드라마의 방향성에 대한 숱한 고민을 해왔다”며 “하반기 일주일 라인업을 만들며 드라마 제작을 늘리는 이유는 tvN의 목표와 비전이 한류 콘텐츠의 확산에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올 한 해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은 대박작품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tvN 드라마를 찾는 시청자는 부쩍 늘었다. 무엇보다 색다르고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가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 tvN은 시청자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실패작과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은 메가 히트작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 “기존의 방식, 지상파의 작법을 따라갈 때 그간의 tvN 드라마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정 국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지상파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매체력이 약한 케이블 채널이라는 한계는 어떤 작품이라도 성공해야 한다는 절실함도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전략1. 콘텐츠의 차별화=tvN 드라마의 전략은 애초에 ‘케이블 채널의 한계’에서 시작했다.
드라마 한 편의 기획 단계부터 수많은 TF팀이 꾸려져 전사적인 역량을 투입하는데, “지상파 드라마와는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채널 구성원 전체의 공통된 판단은 틈새시장 공략으로 파고들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이를 ‘장르드라마의 개척’이라고 짚었다.
오는 18일 첫 방송을 앞둔 ‘마이 시크릿 호텔’은 미스터리 구조를 바탕으로 코미디와 멜로가 섞인 복합장르물로, tvN 드라마가 지상파의 것과 차별화를 이루는 지점은 복합장르 드라마의 꾸준한 시도로 자기 채널만의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극에 판타지가 가미되고, 로맨틱코미디에 스릴러가 얹어진다. 소재의 참신성으로 돌아가면,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서 출발한 드라마(잉여공주)까지 나왔다. 소현세자의 비극적인 삶에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소설이 만난 퓨전사극 ‘삼총사’도 신선한 시도다.
다양한 드라마를 채워 완성한 tvN의 요일별 라인업을 살피면 채널 타깃층인 2049세대가 반응할 만한 젊은 콘텐츠와 더불어 1554세대로까지 폭이 넓어지는 보편적인 콘텐츠가 공존한다.
정 국장은 “TV의 속성은 3040 여자들이 많이 봐줘야 한다”고 전제하며 “평일 라인업은 차별화된 가치를 전해줄 수 있는 드라마로, 금토드라마는 상대적으로 타깃이 넒고 조금 더 보편타당한 이야기로 라인업을 짠다”고 설명했다.
tvN 드라마가 요일별로 형식과 장르(고교처세왕-황금거탑-잉여공주-연애 말고 결혼-방영 예정 삼총사)에서 구분되는 이유엔 “정교한 전략과 전술”이 바탕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의 수급처가 다양하다는 것은 tvN 드라마가 변별력을 가장 큰 힘이다.
정 국장은 “tvN 드라마는 크게 드라마본부에서 제작하는 정통드라마, 예능국 자체제작의 예능형 드라마, tvN본부에서 제작하는 예능과 드라마의 중간형 드라마로 나뉜다”며 “이는 지상파가 시도하지 않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제작과정에 있어 tvN이 가장 중심에 두는 가치는 ‘대본’이다. 정 국장은 “무엇보다 이야기 구조가 재미있어야 한다는게 우선”이라며, “해당 기획안이 얼만큼의 스토리로 발전할 수 있느냐와 타깃 시청층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를 본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tvN 드라마는 정통드라마와 풀어가는 방식 자체에 있어 변별력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 전략2. 편성=tvN이 드라마를 기획하는 기본이 선구안에서 시작한다면 제작, 캐스팅, 편성, 홍보에 있어선 ‘유연성’을 바탕으로 모든 과정이 지휘된다.
일단 편성의 유연성은 ‘철저한 분석’은 몇 가지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 주말드라마를 ‘금토드라마’로 설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 국장은 “주5일제가 시작된 후 변화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주말드라마를 ‘금토드라마’로 설정하고 저녁 8시40분부터 드라마를 방영한다”며 “케이블의 주말 시청량은 평일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주말에는 시청층을 끌어모으는 전략을 가져간다. ‘응사’부터 시작한 금토드라마에 블럭을 쌓듯 ‘꽃보다 누나’를 붙였다. 두 프로그램을 연달아 보는 시청자는 당시 60%에 달했다”는 성공사례를 설명했다. 새로 시작할 ‘삼총사’의 경우 ‘개그콘서트’와 ‘왔다 장보리’를 상대해야하는 과감한 편성이지만, 정 국장은 이에 대해 “시청자는 좋은 콘텐츠는 대기시청한다. 일요일 9시는 레드오션이면서도 블루오션”이라며 “편성전략을 짜는 것은 큐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보다 젊어진 퓨전사극이 나왔으니 시청자들에게 이건 어떻냐고 권유를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예능프로그램이 포진한 평일 오후 11시에 드라마를 배치한 전략도 마찬가지다. 정 국장은 “월화드라마의 경우 기존의 드라마와 소재가 다르다고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선 지상파와의 변별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로맨스가 필요해3’이나 ‘빠스켓볼’ 등을 10시에 편성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한 부분이 수정됐다”며 “11시대 편성은 드라마 콘텐츠는 지상파의 시간과 다른 시간대에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데이터가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 전략3. 열린 제작환경=KBS2 ‘남자의 자격’으로 40%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한 신원호 PD가 CJ E&M으로 이적해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아닌 드라마였다.
한 번도 드라마를 연출한 적이 없었던 PD였지만,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tvN의 채널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올려놓았다.
tvN의 열린 제작환경이 가진 장점이다. 정 국장은 “많은 제작PD들이 저마다 하고싶어하는 콘텐츠가 있다. tvN에선 틀을 세워두지 않고 유연하게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한다”며 “‘SNL코리아’에서 발군의 야외물 연출력을 보여준 백승룡 PD는 목요드라마 ‘잉여공주’를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을 하고 있고, 민진기 PD는 ‘롤러코스터’를 통해 드라마타이즈를 익힌 후 ‘푸른거탑’에 이어 ‘황금거탑’을 연출하고 있다. TF 형태의 드라마팀을 통해 많은 PD들이 연출 노하우를 쌓아가도 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업’이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공동창작과정을 통해 ‘응답하라’ 시리즈를 내놓았던 독특한 케이스는 물론, PD와 책임프로듀서가 창작과정에서 연출과 집필을 넘나들며 논의하는 과정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tvN 드라마 제작과정의 특징 중 하나다.
▶ 전략4. 주연배우 캐스팅=tvN 드라마엔 소위 특A급 배우가 없다. 케이블 채널 출범 당시 미미했던 매체 파워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tvN은 이것 역시 전략으로 치환했다.
정 국장은 “배우 캐스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지명도보다는 캐릭터 적합도”라며 “배우들의 이름보다는 어떤 배우가 보여준 가능성을 염두한다. 유명한 캐스팅이 나와 재미없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보다 적합한 캐스팅으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개별 캐스팅보다는 개인들이 함께 묶일 때의 합을 많이 본다. 흔히 말하는 케미에 관한 부분을 염두한다”고 덧붙였다.
성공확률이 높다. 현재 방영 중인 ‘연애 말고 결혼’에선 연우진 한그루를 주연배우로 앞세우면서도 탄탄한 대본과 두괄식 구성이라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로 최고 3.3%의 시청률까지 기록했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스타 시스템에 입각해 견인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큰 오류다. 결국 재미와 완성도가 중요하다”며 “tvN은 스타 출연보다는 드라마의 재미 자체로 가져가려 한다. 신인이나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배우가 출연해 이후 재평가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배우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발탁하는 전략으로, 최근 tvM 드라마는 이 같은 실험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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