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민 著 ‘내 인생에 잊지못할 대한민국 감성여행지’ -테마있는 명소 명승지 40곳, 천천히 걷는 힐링여행 -물 흐르듯 따라 그렇게 걷는 당신만의 마음의 고향
[헤럴드경제=김영상 사회부장]어흠~, 어흠~.
어슴프레한 새벽 4시. 외할아버지는 창호지문 너머 흙마당을 서성이며 방을 향해 헛기침을 해댔다. 그건 기침이 아니었다. 경고였다.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뭐 그리 퍼질러 자고 있느냐. 빨리 일어나 쇠죽 끓일 준비를 해라”는 닦달이었다.
외삼촌과 나는 밤늦게까지 잡지를 뒤적였고, 새벽녘에 겨우 잠든 터였다. 눈꺼풀을 열기에 힘이 부쳤지만, 겨우 실눈을 뜨곤 우린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그 불호령을 무시하면 매 타작이 돌아오리라. 화들짝 일어났다.
외삼촌 집으로 마실을 가 잠을 잤을땐 매번 이랬다. 우린 졸린 눈으로 쇠꼴을 챙기러 낫과 지게 하나만 갖고 산으로, 들로 갔다. 쇠꼴을 벨때는 동틀 무렵이 됐다. 산 너머에선 새빨간 태양이 솟아올랐다.
그러면 우린 손을 멈췄다. 산 아래 대촌(大村), 중촌(中村), 선바위 마을은 어둠을 벗고 점점 홍조를 띄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장관이었다. 감동이었다. 날마다 보는 풍경이었지만, 매번 가슴이 뛰었다. 너무, 정말 너무 아름답구나.
‘감동의 그림’ 앞에서 쇠꼴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쇠죽을 끓이는 시간은 매일 늦었고,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히죽히죽 속으론 웃었다.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 무릉리. 내 고향이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연상케하듯, ‘무릉’자를 달고 있는 곳.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무릉리라고 이름을 붙였는가 보다.
외할아버지의 헛기침과 쇠꼴 베는 낫, 지게가 떠오르면서 외삼촌과의 추억이 얽혀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내 고향이다. 40년도 훨씬 지난 그때의 기억과 함께 지금도 꿈 속에선 그날 그날의 장엄한 풍경이 찾아오곤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고향을 두고 ‘꿈엔들 잊힐리야’라고 했던가.
동료인 남민 기자가 또 책을 내놨다. 제목을 보니 ‘내 인생에 잊지 못할 대한민국 감성여행지’다. 서평을 써달라고 한다. 정독을 했다. 책을 받은지 한달 가까이 돼서야 글을 쓸 준비가 됐다. 그의 노력을 귀하게 여겨야 하니까. 노트북 앞에 앉았다. 책에 담긴 빼곡한 정성을 보니, 평범하게 서평을 써서는 안될 것 같다. 그래서 기존 서평 스타일과는 좀 다르게 글을 쓰고 있다. 어차피 내 마음 속의 느낌을, 책에서 본 영감을 적어보는 것이기에, 이 참에 고향을 떠올리면서 ‘나만의 힐링’도 발췌해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민 기자는 부지런하다. 그는 몇개월전 무릉도원과 같은 한국인의 이상향을 소개한 ‘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마을을 찾아 떠나다’라는 책을 출간했었다. 여행과 명소, 우리 마음의 고향 마을에 천착해왔던 그가 내놓은 두번째 작품이다. 몇개월 만에 두권이라니 정열이 놀랍다. 물론 수년 전부터 다니며 글을 준비해왔기에 가능했으리라.
남민의 2탄 여행서(여행서라고 하기엔 그의 절절한 마음과 스토리가 담겨 있어 그 표현에는 한계가 있지만) ‘내 인생에 잊지 못할 대한민국 감성여행지’는 테마가 있는 명소 40곳에 대한 스토리로 꾸몄다. 그 속에서 천천히 걷는 힐링여행을 추구하며 걸어가는 길가에서, 보이는 명소에서, 들리는 역사의 울림 현장에서 그만의 느낌을 차분히 담담한 색채로 그렸다. 그래서 이 책은 감히 ‘물 따라 흐르듯, 그냥 그렇게 걸어가면 닿는, 당신만의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출판사는 이 책에 대해 소개하면서 “단순히 대한민국의 명소를 돌아다니며 여행정보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그 지역 고유의 옛이야기들까지 알려준다”고 했다. 봉화 이몽룡의 생가, 계서당이 그렇다고 했다.
출판사의 뒤 이은 소개를 보자. “한국의 대표 국문소설인 ‘춘향전’ 속 이몽룡의 실존인물, 성이성이 살던 고택 계서당은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성지’나 다름없다. 남원이 이몽룡과 성춘향의 러브스토리의 현장이라면 봉화는 그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이몽룡은 실제로 호남 암행어사로 내려간 성이성으로 춘향전이 등장하기보다 100년 전 인물이다. 성이성은 어느 날, 어린 시절의 스승을 만나 광한루에서 밤새 회포를 푼다. 술잔을 기울이던 성이성은 옛 추억이 떠올라 춘향과 사랑을 나눈 이야기를 스승에게 털어 놓는다. 이야기를 들은 스승은 이를 바탕으로 글을 꾸민다. 성이성의 이름은 ‘이몽룡’으로, 그리고 춘향의 이름은 ‘성춘향’으로 짓는다. 이처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들을 저자가 흥미롭게 설명하고 전달해주어 그 명소가 가지는 의미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은 총 40장으로 구성됐다. 40군데의 명소를 흥미롭고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남민 기자가 어디 40군데만 갔을까. 이 보다 훨씬 많은 장소를 걸어 갔으며, 이 중 솎고 또 솎아서 40군데만 엄선했을 것이란 점에서 그가 팔았을 발품은 경이적이다.
책은 전주 한옥마을, 남해 독일마을, 광양 매화마을에 이르기까지 전통마을에 숨어 있는 옛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 또 예천 회룡포, 순천만, 부안 채석강, 단양 도담삼봉 등 전국에 펼쳐져 있는 우리나라의 비경을 담아냈으니 사람으로 비유하면 ‘문무’를 겸비한 휴먼 ‘대작’이다.
저자는 현지에서 찍은 방대한 양의 사진을 책에 담았다. 그에겐 미안하지만, 굳이 그 장소에 가지 않아도 이 책을 기억하고 있다가 “갔다 왔다”고 거짓말을 쳐도 통할 것 같을 정도로 생생하다.
남민에겐 이번의 40군데 명소가, 아니 앞서 쓴 십승지가 마음의 고향일 것 같다. 마치 내 마음 속의 영원한 고향이 무릉리인 것 처럼.
중요한 것은 난 무릉리 하나의 고향에 집착하고 있지만, 그는 매일 또 다른 고향을 꿈꾼다는 것이다. 틀림없이 그는 내일 또다른 여정을 준비할 것이다. 내가 옳은 것일까. 그가 옳은 것일까.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그 판단을 제시하는 잣대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 남민 ‘내 인생에 잊지 못할 대한민국 감성여행지’. 발행일 2014년 7월 16일. 500쪽, 신국판. 분야 여행. 정가 1만8000원. 출판사 원앤원스타일.
▶지은이 남민은=여행이 일상이 된 저자는 지금도 어김없이 힐링명소를 찾아 떠난다. ‘힐링명소’라고 해서 굳이 거창할 것도 없다. 보고 듣고 느껴서 몸과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이면 모두 힐링명소가 된다. 그리고 그곳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 쓰는데, 그렇게 해온 지 벌써 여러 해다. 그의 글과 소통하려는 독자층이 전국적으로 폭넓게 형성돼 있다. 부동산학을 전공하고 신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그는 여행을 통해 역사ㆍ인문ㆍ지리ㆍ인물ㆍ민속ㆍ문화를 이야기로 융합시킨다. 그저 눈으로만 보는 여행이 아닌, 그곳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 의미를 되새긴다. ‘욕심은 무모한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에게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길 위에서 쓰는 ‘대한민국 완전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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