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 헨리 포드의 동업자 말콤슨은 디트로이트의 유명 금융가 존 S. 그레이를 찾아간다. 지역 내 명망가였던 그의 돈을 유치하면 다른 투자자를 모으기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설득은 쉽지 않았다. 당시로선 대중화된 자동차를 상상하기 쉽지 않았기에 ‘포드’는 요새 기준으로 투자 위험이 상당한 스타트업에 불과했다. 말콤슨은 언제든 철회할 수 있으니 투자결정을 내려달라고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그레이의 돈을 빌릴 수 있었고, 그의 이름 덕에 12명의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다. 이후 포드는 자동차 공룡으로 성장했다.
산업의 기반을 뒤흔드는 변화가 올 때, 사람들은 이를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그리고 포드의 사례처럼 산업혁명의 뒤에는 언제나 모험자본이 있었다. 모험자본은 산업혁명의 또 다른 주인공이지만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20세기 초반의 포드나 에디슨, 최근의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등은 언제나 역사의 전면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만 그들에게 돈을 댄 모험자본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적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대는 모험자본은 산업혁명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에디슨이 설립한 GE 역시 JP모간의 자본이 없었다면 세워지지 못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두고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이 혁명의 최첨단에서 비상할 수 있을지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이런 논의에서 어떻게 모험자본을 키울 것인지가 핵심 어젠다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투자의 규모가 20세기 초와는 확연히 달라진 오늘, 모험자본의 실탄을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최근 4차산업혁명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신생기업)은 충분한 자본력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하고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해 나가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유동성을 모험 기업에 흘러가게 하는 정책으로 자본시장의 기대감이 높다. 이와 함께 자본시장 내에서 혁신기업을 잘 발굴해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해야 한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1000억 달러 규모로 4차산업혁명 유니콘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것을 우리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실천력이다.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를 수십 년 동안 국가의 주요 경제 전략으로 밀어붙일 수 있으려면 장기적으로 정책을 이끌어 가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모험자본을 받은 기업 한 두 군데가 성과를 못 내고 도산이라도 하면 곧바로 언론에선 도덕적 해이가 거론되고, 규제가 다시 되살아나면서 정책 분위기가 급변하는 것을 우리는 지금까지 목도해 왔다. 포드 역시 당시 50개의 스타트업 중 하나였고, 나머지 49개사는 결국 역사 속에 사라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고위험 기업으로 투자를 했을 때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성공한 하나의 기업에서 나오는 막대한 부가가치가 나머지 49개의 투자 손실을 넘어서는 이익을 전체 경제에 가져다준다. 우리가 단기 조급증에서 벗어나 모험자본의 속성을 이해할 때,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국가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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