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젊은이들 집중지원 슈퍼리치 취향에 부합…새 비즈니스 창출 기회·첨단분야 고급인재 확보 이점도

[특별취재팀] 매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통큰 기부로 우리나라 부자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미국 부자들이 많다. 타임지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기부순위 상위 10걸에 든 부호들의 개인기부액의 총합만 34억달러, 우리돈 3조5000억원에 육박했을 정도다.

하지만 미국 슈퍼리치들의 기부에는 한가지 분명한 특징이 있다. 바로 대학 사랑이다. 많은 미국 슈퍼리치들이 구호기관이나 기금, 정부기관등에의 기부 대신 유독 대학을 택해 큰 돈을 쾌척하는 경우가 많다.

▶미 슈퍼리치, 대학ㆍ산하연구기관 등에 25억달러 기부=지난해 대학이나 대학산하의 연구기관 등에 이뤄진 슈퍼리치들의 기부액은 25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가운데 상위 10위의 기부액 총합만 20억4400만 달러에 달한다.

필 나이트(Phil Knight) 나이키(NIKE) 회장이 암 연구를 위해 가장 많은 5억달러를 오리건 대학의 생명과학 재단에 기부했고,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전 뉴욕 시장이 3억5000만 달러를 저소득층 학생들과 첨단 연구 지원 등을 목적으로 존스 홉킨스 대학에 기부했다.

유명 투자가인 찰스 존슨은 2억5000만달러를 예일대에, 부동산 투자가인 스티븐 로스는 2억 달러를 미시간 대학의 체육대학ㆍ경영대학 지원에 기부했다.

그밖에도 퀄컴의 공동창업자인 어윈 제이콥스(Irwin Jacobs), 버크셔 헤서웨이의 부회장인 찰스 멍거(Charles Munger), 유명 부동산 투자자인 프랭크 맥코트(Frank McCourt) 등이 각각 1억달러 이상씩을 대학에 지원했다.

전반적으로는 금융과 부동산 투자 등 이른바 ‘돈으로 돈을 버는’ 산업의 부호들의 대학 기부가 많은 것이 눈에 띈다. 상위 10위 내에 7명이 금융이나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이다.

슈퍼리치들이 대학에 집중적으로 기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본적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차원의 기부지만 실리적인 차원에서도 대학이 기부처로 여러가지 메리트가 있다는 해석이 많다.

우선 대학이 구호기관이나 종교단체 등에 비해 자금의 사용을 ‘감시’(?)하기 수월하다는 평가다. 거부일 수록 자신이 기부한 돈이 더 효율적이고 분명하게 쓰이길 원하는 데 대학이 다른 기부처들에 비해 이부분에서 앞선다는 설명이다.

대학이 다른 기관들에 비해 슈퍼리치들의 취향에 맞다는 점도 포인트다. 구호기관 등을 통해 ‘근로의욕 없는 저소득층’을 무작정 지원하기 보다는 대신 노력하는 젊은이들을 집중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자수성가한 부호들에게는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평이다.

본인이 젊은 시절 피나는 노력을 통해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본능적으로 돕고 싶어한다는 의미다.

기아퇴치, 식량증산, 난치병 해결, 환경보호 등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에 기부의 효과를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연구가 자신의 사업과 관련이 있을 경우 새 기술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첨단 분야의 고급인재를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권리를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슈퍼리치의 모교사랑=물론 미국의 슈퍼리치들이라고 아무 대학에나 막연히 기부하지는 않는다. 대다수는 ‘모교’부터 챙긴다. 자신이 나온 학교의 이름을 드높이고, 성공한 선배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모교에 엄청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는 슈퍼리치들이 많다.

필 나이트 나이키 회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부인인 페넬로페와 함께 지난 20년 동안 무려 8억 달러를 오레곤 대학에 기부해왔다. 두 사람 모두 이 학교 출신이다. 기부도 전방위로 이뤄졌다. 역시 오레곤 대학을 졸업한 아버지 윌리엄의 이름을 딴 ‘William W. Knight’ 란 이름의 법학관을 지었고,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회사의 총수답게 교내에 미식축구장, 농구장, 실내체육관 등을 지어주기도 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역시 모교 사랑에선 둘째가라면 서럽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공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해 3억5000만 달러를 모교에 지원하면서 누적 기부액 10억달러를 넘어섰다. 개인이 한 학교에 기부한 액수로는 미국내에서 최고다.

그는 특히 졸업 이듬해인 1964년 5달러를 시작으로 매년 모교에 기부를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블룸버그는 무료 병원을 통해 어려운 학생이나 고아들이 혜택받기를 원했던 모교의 설립자 홉킨스의 뜻에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도시인뉴욕의 시장을 지냈던 행정가 출신 답게 지난해 그가 기부한 3억5000만 달러 역시 수자원의 지속적 활용, 도시 재활 과학, 글로벌 건강 시스템 등 더 많은 사람이 보건과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연구에 집중적으로 쓰이게 된다.

찰스 존슨의 경우도 모교인 예일 대학교에 지속적인 기부를 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기부한 2억5000만 달러는 예일대학 설립이래 단일 기부액 중에는 최고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전문 연구하는 ‘존슨 센터(Johnson Center)’는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고, 교내 미식축구 경기장인 ‘Yale Bowl’ 역시 그의 돈으로 개조됐다. 미국 건국에 이바지 했던 인물 중 하나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글을 보고 출판하는 프로젝트인 ‘the Papers of Benjamin Franklin’ 역시 존슨의 기부금이 근간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유통업체인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은 지난해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 산하 신경과학 연구소에 1500만 달러를 기부해 뇌 전문 연구기관을 출범시킨 바 있다. 그곳의 이름은 ‘베조스 뇌 연구센터’다. 그의 부인 맥켄지도 프린스턴대에서 영문학과 창작을 전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