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ㆍ은산분리 완화 등 주요 추진현안서 수세에 몰려 소비자 현안은 정면돌파할 듯 내부서도 “정체성 혼란” 지적 [헤럴드경제=홍성원ㆍ문영규 기자]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석 달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여당과 금융위의 ‘공조’에 은산분리 완화 반대입장을 철회했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관련 일괄구제 권고를 거부했다. 금융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추진하려던 혁신과제들이 ‘반(反)시장ㆍ무법(無法)’의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윤 원장은 16일 취임 100일을 맞아 현안 처리 방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윤 원장은 일단 물러서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이날 출근길에 기자와 만나 즉시연금 대응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감독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금융계 안팎에선 국민검사청구에 따른 보험사 대상 검사, 피해자 소송 지원 등을 금감원의 대응 카드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윤석헌 호(號)는 중과부적(衆寡不敵) 상태다. 전선(戰線)은 넓은 데 ‘아군’은 부족하다. 당장 즉시연금 외에도 혁신과제와 관련된 갈등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윤 원장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관련 입장을 바꾼 점은 ‘아군’ 격인 진보개혁 진영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

그는 최근 국회 정무위에서 “특례법 형태로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며 학자 시절과 다른 의견을 밝혔다.

소비자보호 명분으로 내놓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과제들도 이런저런 뒷말을 낳고 있다. ‘오지랖이 넓다’로 축약할 수 있는 평가가 금융당국에서조차 나온다.

금감원이 카드사와 손잡고 추진하겠다고 밝힌 앱투앱 결제가 대표적이다. 밴(VAN) 사를 거치지 않고 QR코드를 활용해 판매대금을 결제토록 하면 수수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계획이다.

은행 점포 폐쇄 모범규준을 제정하겠다는 금감원의 계획도 결과물을 내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은행들이 점포를 크게 줄이고 있는 만큼 소비자 불편이 늘어나지 않게 사전영향 평가ㆍ대체 점포 활용 등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업계는 점포 폐쇄는 당연한 경영활동인데 이것까지 간섭하는 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라는 변화하는 금융감독의 목적에 맞춰 유연하게 가려는 것”이라며 “(특정 사안을 두고)이게 감독원의 역할에 맞냐고 하면 조직을 너무 제한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업계 등의 반발은 예상했던 것”이라며 “주요 과제에 대한 동력이 약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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