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6.6% 올라 ‘규제-주춤-상승’ 공식 재현 수요 줄어…거래량 반토막 큰손들 유망 아파트로 집중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이달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아파트 전용면적 106.26㎡가 33억원(3층)에 계약됐다. 작년 8월 26억원에 실거래 신고 된 아파트와 같은 층, 같은 크기다. 1년 사이 7억원 급등한 것이다. 이달 초 이 단지 108.33㎡은 32억4000만원(2층)에 거래됐다. 작년 7월 27억5000만원에 계약된 아파트로 1년 만에 5억원 가까이 올랐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다시 늘고 있다”며 “호가가 계속 오른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나온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인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청약 1순위 제도 강화 등 백화점식 규제를 통해 투자자 및 다주택자를 꽁꽁 묶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시장 반응은 지역별로 제각각이다. 서울 강남권 등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인데, 지방 시장은 미분양이 크게 늘고 집값이 더 떨어지는 등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2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11개월간 6.6% 상승했는데, 같은 시기 지방 아파트값은 1.7% 하락했다. 5대 광역시 등을 제외한 8개도 아파트값은 평균 3.18%나 떨어졌다.
서울도 전체적으로 올랐다고 하지만 구별로 차이가 심하다. 송파구(13.56%), 강남구(10.52%), 강동구(9.7%), 광진구(9.33%), 용산구(8.44%), 마포구(8.25%) 등은 단지별로 1년에 수억원씩 오른 곳이 수두룩한 반면, 노원(1.58%), 금천(2.08%), 중랑(2.46%), 도봉구(2.54%) 등은 물가 상승률 수준의 상승폭도 안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얼핏 투자(투기) 수요가 잡히면서 시장이 제 모습을 찾는 듯하지만, 정상적인 거래까지 막아 시장을 왜곡시키고, 양극화만 심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주택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월간 1만건을 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월이후 5000건 전후 수준으로 줄었다. 이달만 따지면 30일 기준 5087건(신고일 기준) 거래돼 작년 7월(1만4460건)의 35% 수준밖에 안된다.
그렇다고 투자심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저금리 추세가 계속되면서 10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부동산에 투자했던 사람은 또 부동산에 투자하려고 한다”며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기존 주택을 처분했던 투자자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유망한 강남권 아파트를 다시 추천해 달라는 상담 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명수 미래에셋생명 VIP마케팅팀장은 “정부 규제로 가수요가 움직일 수 없게 됐고, 실수요자도 집값 하락을 기대하며 매매를 미루는 상황에서 자금 여력 있는 투자자들만 적극 활동하는 양상”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돈을 많이 빌려야하는 투자수요는 움직이기 어렵지만,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중장기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과거 참여정권에서도 ‘8.31대책’이라는 강력한 규제가 나온 이후 일시적으로 집값이 주춤했지만, 몇 년 후 다시 크게 올랐던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공식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변창흠 세종대학교 교수는 “거래량이 줄고 있지만 일부 고가 주택 거래가 성사되면서 전체 시장의 호가가 뛰는 분위기”라면서 “잠재 수요가 여전히 많아 주택시장이 아직 안정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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