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속세 부담에 승계 포기…기업 인수합병 로펌 주요 고객 중견중소기업 대표 급부상 - 중견중소기업 사장들 가업 승계 상속세 부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아 - 가업 승계 관련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 필요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최근 상속세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견ㆍ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차라리 회사를 팔고 싶다며 외국계 투자회사에 문의를 많이 합니다.”(A로펌 법률 고문)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보다 그냥 폐업하는 게 나은 상황입니다.”(B중소기업 대표이사)
가업 승계 과정에서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중견ㆍ중소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 ‘가업 승계’보다는 ‘회사 매각’을 선택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당장의 상속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기관에 매각을 문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M&A 전문 로펌들은 최근 중견ㆍ중소기업 사장들이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귀띔한다.
법조계와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중견ㆍ중소기업 사장들이 M&A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형 로펌을 찾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가업승계를 아예 포기하고 회사를 팔기 위해 법률 자문을 받거나 M&A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기관과의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로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세금 공제 등 합법적인 가업 승계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지만,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규모가 큰 로펌에서는 가업승계 전문 변호사와 조세 전문 변호사, 그리고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로 꾸려진 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업승계와 관련해 법률자문을 구하는 중견중소기업 대표들에게 (가업승계를 위한)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지만, 상속세 부담과 복잡한 조세체계 등으로 아예 기업을 포기하고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국내 중견ㆍ중소기업 대표들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세금 문제’를 꼽는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경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 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결정이 미뤄지는 경우가 있지만, 중견ㆍ중소기업에서는 투자 여력이 급감하는 것을 넘어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실제 작년 12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 가업승계 과정에서 주된 어려움으로 전체 응답기업의 67.8%가 ‘상속세 등 조세부담’을 꼽았을 정도다.
경기도 안산에서 30년 가까이 기계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는 “미국은 가업승계 관련 세금을 없앤다고 하고 독일, 일본, 호주 등도 가업승계시 한국보다 훨씬 우호적인 세제 환경을 적용받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같은 혹독한 가업승계 관련 세금제도로는 가업 승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중견ㆍ중소기업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ㆍ중견기업들의 현행 가업 승계 제도에선 10년 이상 가업을 유지해야 하고, 업종도 변경할 수 없다. 아울러 10년간 정규 직원수를 단 한명이라도 줄일 수 없다. 가업 자산의 20% 이상도 처분하지 못한다.
흥진정밀 정태련 부회장은 “고용인원을 10년간 유지하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럽고, 제조업하는 회사가 같은 업종만 하라는 법도 없다”면서 “또한 사업을 힘들게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은 평가받지 못하고, 부를 대물림한다는 식으로 가업 승계에 대해 나쁜 인식이 많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