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10만원 들고 장보러 갔더니…금세 ‘바닥’ -1994년 폭염 때도 소비자물가 31.5% 폭등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ㆍ폭염…전방위 물가↑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 “날씨도 더워 죽겠는데, 물가 때문에 더 열나네요. 장보러 왔는데 돈 쓰는 게 우스워요. 몇 개 안담았는데 벌써 10만원이니….”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동구 한 마트.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나온 40대 주부 임모 씨의 하소연이다. 카트 안에는 국내산 일판란(30구ㆍ4980원), 호주산 소고기 냉동 LA갈비(2㎏ㆍ6만9800원), 고당도 수박(7~8㎏ㆍ1만9900원)이 담겼다. 이것만도 벌써 9만4680원이다. 여기서 꼭 사야한다는 식용유, 각티슈 하나를 담으면 10만원이 훌쩍 넘어버린다. 임 씨는 “남편 외벌이 월급에 4인가족 생활비, 아파트 대출금을 제하면 매달 마이너스”라며 “올해는 유난히 물가 오름폭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씨와 같은 서민들의 물가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생활물가가 올들어 크게 올랐고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폭염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인 식재료 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사상 최악의 무더위로 평가받는 1994년에도 폭염은 밥상물가에 직격탄이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31.5%에 달했다.

폭염은 채소, 과일은 물론 가축, 어패류 생육 환경을 악화시켜 밥상물가를 위협하는 주범이다. 채소, 과일 출하량이 줄며 농산물값이 급등할 수 있고 가축ㆍ양식장 어패류 폐사로 축산물, 어패류 값 상승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배추는 지난달 하순 포기당 1561원에서 이달 상순 1828원으로 뛰더니,이달 중순에는 2652원까지 올라 상한가를 쳤다. 이는 평년보다 27.9%나 오른 가격이다.

무 역시 지난달 하순 개당 1143원에서 이달 상순 1128원으로 소폭 내리나 했더니, 이달 중순 들어서는 평년보다 43.7%나 오른 1450원까지 뛰어올랐다.

농식품부는 “배추는 이달 상순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강원도에 비가 많이 내렸고, 이후 폭염으로 태백·삼척·정선·평창 등 해발 500∼800m 지역에서 무름병 등이 생겨 작황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는 노지 봄무가 출하되고 있지만,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9.6% 줄어든 데다가 폭염까지 덮쳐 작황 악화로 출하량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토마토와 수박도 최근 평년보다 최대 40% 이상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토마토는 지난달 하순 10㎏당 1만1761원에서 이달 상순 9086원으로 소폭 떨어졌다가, 이달 중순 들어 1만8286원까지 뛰어올랐다. 이는 평년보다 41.2%나 비싼 값이다.

수박도 8㎏당 지난달 하순 1만1674원에서 이달 상순 1만2천24원으로 오르더니, 이달 중순에는 1만5287원까지 올랐다.

폭염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곡물값도 부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곡물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곡물 외 다른 농산물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조사대상 460개 품목 중 가격 상승 폭이 큰 상위 10개 품목에 농산물이 6개나 들어갔다.

생강은 45.3% 올라 가장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으로 꼽혔다. 고춧가루는 43.6%로 두번째로 상승 폭이 컸고, 3위는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36.0%나 오른 감자가 차지했다. 호박(32.2%ㆍ5위), 쌀(26.4%ㆍ7위), 고구마(23.7%ㆍ8위) 등도 모두 10위 내 포함됐다. 오징어도 여전히 금징어다. 지난해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크게 오른 오징어(29.1%ㆍ6위)와 마른오징어(34.8%ㆍ4위), 오징어채(21.0%ㆍ9위) 등 오징어 관련 품목이 모두 가격 10위 안에 들어 눈길을 끌었다.

가공식품 오름세도 만만치않다. 오뚜기는 지난달 초 라면을 빼고 16개 품목 가격을 최대 27.5% 올렸다. 맛있는 북어국이 2800원으로 12.0%(300원), 맛있는 미역국은 2100원으로 10.5%(200원) 각각 올렸다. 오뚜기는 3분 햄버거와 3분 미트볼은 모두 2400원으로 9.1%(200원)씩 가격을 인상했다.

제과업체인 롯데제과, 해태제과, 크라운제과도 가격 인상 행렬에서 빠지지 않았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빼빼로 4종 가격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0%(300원)올렸다. 중량을 15%가량 늘려서 중량당 가격으로 따졌을 때는 가격 인상 폭이 이보다는 작다. 크라운제과는 참크래커 가격을 1200원으로 33.3%(300원) 인상했으며, 해태제과는 오예스를 2000원으로 25.0%(400원), 맛동산을 2000원으로 33.3%(500원) 각각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