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제, 중소기업 진입 막는 불합리한 관행으로 지적돼 -홈쇼핑업계, 정액제 줄이고 정률제ㆍ혼합제 늘리고 있어 -업계 일각 “프라임시간대엔 여전히 정액 상품 비율 높아”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TV홈쇼핑 업계에서 중소기업 ‘정액 수수료 방송(이하 정액제)’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TV홈쇼핑의 불합리한 관행으로 지적됐던 정액제를 줄이고 ‘정률제’나 ‘혼합제(정액제+정률제)’ 편성 비율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이 많이 나오는 프라임타임에는 상품 절반 가까이에 정액제를 적용하고 있어 TV홈쇼핑 업체들이 오랜 관행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액제는 판매실적에 비례해 수수료를 적용하는 정률제와 달리 판매실적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선수수료로 내는 방식이다. 가령 정액방송을 송출할 경우 1시간 동안 7000만원 어치의 제품을 팔아도 납품업체는 홈쇼핑 업체에게 이미 약정된 수수료 1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품 판매가 부진해도 홈쇼핑사들은 피해를 입지 않지만 중소기업들은 차액 만큼의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구조다.
정액제는 홈쇼핑 업체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 방식인 탓에 중소기업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불합리한 관행으로 꼽혀왔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홈쇼핑 업체들은 중소기업 정액방송을 전체 편성의 10% 이하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실제로 TV홈쇼핑 업체들은 정액제 방송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공개한 ‘2017년도 TV홈쇼핑사 주요 영업ㆍ편성 통계표’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품 정액제 방송은 2016년과 비교해 253시간 줄어든 5837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방송시간의 9.7%에 해당한다. 반면 정률제와 정액제를 결합한 혼합수수료 방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6년 23만8688분에서 지난해 29만2504분으로 22.5% 증가했다. 정률제만 적용한 방송 시간은 216만4594분으로 전년과 비교해 1.3% 늘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매출이 많이 나오는 프라임타임에는 여전히 상품 절반 가까이에 정액제를 적용하고 있어 중소기업 부담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입수한 과기정통부 국감자료에 따르면 대기업계열 홈쇼핑 5사들의 지난해 상반기 프라임시간대 정액제 상품 비율은 GS 43.8%, 현대 40.8%, 롯데 39.5%, NS 36%, CJ 32.4%다.
정액제와 혼합제, 대기업 상품과 중소기업 상품을 한꺼번에 집계한 탓에 프라임시간대 중소기업 정액 상품 비율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프라임시간대 정액 상품 비율이 높아 정액 수수료를 지급하는 업체일수록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혼합제라고 하더라도, 정률제보다 정액제 비율이 높은 경우 중소기업은 여전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혼합제 내에서 정액제와 정률제 비율을 따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 홈쇼핑 업계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일부 수긍하면서도 정액제가 꼭 중소기업에 불리한 계약 방식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 순수 정액 방송은 전체 편성의 10%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프라임시간대 정액제 상품 비율이 높은 것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정액 상품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액 방송이 일종의 ‘갑질’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며 “렌털과 보험, 여행 등 무형ㆍ서비스상품은 정률 방식으로 수수료를 산정하기 어려워 정액제나 혼합제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일부 중소업체는 TV광고를 하는 것보다 프라임시간대에 방송을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홍보효과가 뛰어나다고 생각해 정액제를 선호하기도 한다”며 “정액방송이 대박날 경우 수수료를 정률보다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