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누가 자살자 할래?”
팀장의 질문에 한 경찰 대원이 “제가 할게요”라며 손을 들었다. 그는 곧 지체없이 웃옷을 벗어던지곤 한강에 몸을 던졌다. 그러자 ‘자살자’를 구하기 위해 다른 대원 한 명이 하얀 물살을 가르며 매섭게 달리는 보트 위에서 레스큐 튜브를 들고 수면 아래로 뛰어들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한 속도였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월 두 차례 실시하는 한강경찰대의 수상훈련에 동행했다. 이 날은 팀 별 훈련을 하는 날이었다.
한강경찰대가 전체 소집 훈련과 팀 별 훈련 등 월 2회씩 훈련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해마다 300명씩 한강 다리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는 사람들 때문. 지난해에만 313명이 뛰어들었고 105명이 구조됐다. 나머지 208명은 싸늘한 주검으로 인양됐다.
자살자는 여름철에 특히 많다. 하루에도 약 10건의 자살 의심 신고가 들어온다. 이 가운데 한 두건은 실제 투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41.5㎞, 마라톤 풀코스(42.195㎞)와 비슷한 길이의 한강을 마라토너처럼 쉼없이 오간다. 이대호(50) 한강경찰대 경위는 “옆 섹터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와 출동했다가 우리 섹터에서 투신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여름철엔 늘 언제 어디서 자살자가 발생할지 몰라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일단 자살 신고가 들어오면 투신 지점으로 출동한다. 신고자가 정확한 위치를 말해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시에는 다리 난간 위 켜켜이 쌓인 먼지 위에 남은 손자국이나 유류품 등을 통해 파악한다. 그럼에도 실제 구조되는 비율은 10명 중 3명 뿐이다. 나머지 7명은 끝내 변사체로 인양한다. 물이 탁해 가시거리가 짧기도 하지만, 투신한 자살자가 본능적으로 헤엄치며 투신 지점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종잡을 수 없는 조류도 문제다. 신속한 구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훈련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한다. 차량 침수를 가정해 신속히 한강에 입수, 운전자를 구하는 이른바 ‘래피드 다이브 시스템’ 적응 훈련부터 경찰대원 전원 장비를 착용하고 2인 1조 교대로 하강 및 수색, 동시상승하는 잠수수색 훈련도 진행한다. 한 달에 두 번씩 반복되는 훈련이 귀찮을 법도 하지만 누구 하나 대충하는 사람이 없다. 까맣게 탄 피부 위로 물이 아닌 땀이 흐를 때까지 훈련을 반복한다.
이렇게 훈련을 하면서도 전 대원의 ⅓은 체력증진과 자기 보호 차원에서 매일 수영 강습을 받거나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 만 5년째 한강에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는 이규동(49) 경사는 “한강 부유물에 호흡기가 걸려 아찔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항상 신고받을 때마다 긴장감이 엄습한다”고 말했다.
불철주야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려내려 노력하는 한강경찰대원들이 가장 허탈하고 가슴 아플 때는 간신히 구해낸 구조자가 다시금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이 경사는 “3번이나 구해낸 사람이 있었는데 네번째에는 강 바닥에서 건져냈다”며 “항상 투신자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반드시 찾아야겠다는 각오지만, 죽으려는 사람은 결국 죽음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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