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화가가 되고 싶었던 아버지는 하루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여섯 식구가 사는 방 한쪽 구석에서 날마다 그림을 그렸다.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배웠다. 그림은 즐거운 것이라고….”
쓸쓸한 표정의 중절모 신사가 한 손에 붓을 들고 있다. 강 한가운데 조각배를 띄우고 바람을 따라 흘러가지만 아직 갈 곳을 모른다. 진흙을 발라 흙물이 든 캔버스의 누런 빛이 처연함을 더한다.
문형태(38)의 작품 ‘바람’이다.
물감 살 돈조차 없었던 가난한 홍대 화가는 이제 논현동에 둥지를 틀었다. “주머니가 두둑해질수록 그림도 달라지더라”고 말하지만 그는 여전히 1년 360일을 작업실에 틀어박혀 다작하는 작가다.
붓을 든 중절모 신사는 자의식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작가 자신일까, 아니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림은 즐거운 것이라고 가르쳤던 아버지에 대한 오마주일까.
전시는 8월 24일까지 정동 청안갤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