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통상분쟁, 中추격, 환율 리스크, 신흥국 불안, 美금리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 고조 - 대내적으로는 주 52시간, 최저임금 인상, 기업 옥죄기, 강성노조, 반기업정서까지 가중 - 재계 “올 하반기 그 어느 때 보다 변수 많아…경영활동 위축 우려” - “소득주도성장ㆍ공정경쟁 프레임 갇힌 정부…정작 철벽규제 완화는 지지부진” 한숨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경영이 시계제로에 직면했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글로벌 무역분쟁과 중국의 맹추격,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환율 변동성 고조, 신흥국 불안이라는 외부 변수에,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정부의 기업 옥죄기 등 내부 악재가 겹쳐져 올 하반기 기업 활동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믿었던 재계 1위 삼성전자마저 2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 만에 15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간신히 반도체로 버티고 있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 호황마저 꺾이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G2무역분쟁ㆍ환율리스크 ‘좌불안석’= 철강ㆍ알루미늄 관세폭탄 등 올 초부터 기업들을 좌불안석으로 몰아넣은 미중 무역분쟁은 기술전쟁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보복에 이어 대중 무역 제재를 위해 적대국을 제재할 때나 사용하는 긴급국제경제권한법(IEEPA)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미국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투자 제한과 수출 통제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2025’는 국내 기업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정부가 내세운 전기차,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10대 산업이 국내 기업의 주력사업과 대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이달 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대해 ‘반도체 가격담합’ 조사에 나선 것도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 정부의 ‘D램가격 하락’ 압박으로 풀이됐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불안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들어 두번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을 하반기 두번 더 시행할 것을 예고하면서 강(强)달러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5일 원달러 환율은 1117.2원으로 마감, 7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외국인 자금 이탈과 함께 신흥국 경제의 불안을 키워 한국 기업의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발(發) 신흥국 불안까지 겹쳐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 고유가로 인해 신흥시장에서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수요 감소와 손익 저하가 우려된다”며 “특히 국내 기업들은 프리미엄 시장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어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 상승ㆍ기업 옥죄기 ‘전전긍긍’= 국내의 경영 여건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16.4%)과 무대책으로 밀어붙인 주 52시간 근로제 등 급진적인 노동정책은 기업 부담을 증폭시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돼 고정비용까지 상승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게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기업 옥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권의 지방선거 압승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배구조 개편과 일감 몰아주기 해소에 더욱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을 확대하는 등 재벌개혁을 강화할 뜻을 공식화했다. 기업들의 자정노력에 방점을 뒀던 기조에서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역시 이르면 내달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키로 해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게 되면 자칫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노후자금 626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299곳에 이른다.

기업 활동은 움츠러드는 반면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완화는 답보상태다. 특히 4차 산업 관련 철벽규제로 AI(인공지능)나 드론 사업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

여기에 기득권을 쥔 강성노조의 반발로 노동 유연성 확보는 요원하고, ‘삼성 때리기’ 등 반기업 정서는 더욱 커져 경영활동 지장이 현실화하고 있다.

허윤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서강대 국제대학원 국제통상 교수)은 “트럼프 통상정책 자체에 불확실성이 있고 중국이 시장 개혁은커녕 오히려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어느 곳 하나 이를 타개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 뒤 “미국 주도의 관리무역 제도로까지 일컬어지는 이같은 현상이 계속되고 정부의 노동임금정책 등 각종 정책에서 국내 투자유인이 줄어든다면 우리 기업이 해외진출을 가속화해 국내에서는 투자 감소, 일자리 감소, 소득 감소, 산업공동화 현상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은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의 프레임에만 몰두하고 정작 필요하고 더 중요한 혁신성장은 외면받고 있다”며 “시계 제로의 상황이 단지 외부 변수에 의해 생긴 게 아니라 내부에서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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