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협회, R&D비용 회계처리 방식 설문조사 -84% 기업이 “회계처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답해 -삼성바이오 금융당국 조사 관련 바이오인식 주목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국내 바이오업체 대부분이 연구개발(R&D) 비용의 명확한 회계처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증권시장에서 바이오주가 급등락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이어지자 바이오업계 스스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회장 서정선)는 5월 중 회원사 26개 기업을 대상으로 R&D비용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응답을 한 26개 기업은 전년도 매출 10억 미만이 24%, 10~50억 미만 16%, 50~100억 미만 12%, 100~500억 미만 16%, 500~1000억 미만 16%, 1000억 이상 16%로 매출 규모별로 다양한 기업들이 고르게 응답했다.
기업규모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69.2%로 가장 많았고 중견기업 19.2%, 대기업 11.5% 순으로 응답했다. 또 응답기업의 주요 연구개발 분야는 바이오신약이 29.7%로 가장 높았고 바이오시밀러 13.5%, 합성신약 10.8% 순으로 나타났다.
우선 R&D 자산화 비율에 대한 질문에 36.4%의 기업이 R&D 비용을 전혀 자산화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자산화비율이 30% 미만이라고 답한 기업은 27.3%, 31~50% 사이라고 답한 곳은 22.7%, 51~100%라고 답한 기업은 13.6% 순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회계처리기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84% 기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바이오신약 분야에서 90.9%의 높은 찬성률을 나타내며 바이오신약 분야에 대한 회계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만 기업별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A기업은 “창업 초기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완전한 자본잠식 우려와 손익구조 악화로 정부과제 수주 및 투자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해 창업생태계 위축도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B기업은 “일률적인 회계기준 적용보다는 개별기업의 실적과 역량을 판단하여 회계 처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R&D 비용을 자산화하는 문제는 바이오업계뿐만 아니라 증권가에서 최근 화두로 떠올랐다. 일부 바이오기업이 R&D 비용을 지나치게 높게 자산화하는 바람에 시장에 혼란을 줬기 때문이다. R&D 비용을 자산화할 경우 기업 실적이 높게 책정돼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 보일 수 있다. 투자자로선 실적이 좋은 주식에 투자를 하기 마련이다. 실제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개발 비용을 자산화할 경우 나중에 신약개발이 실패하면 이 자산은 그대로 손실로 뒤바뀐다. 투자자로서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가 높아지자 올 해 초 금융감독원은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급등한 제약바이오주 10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이달 초에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적인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에 대한 문제는 현재 감리위가 검토 중이며 다음 달 증선위가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주의 널뛰기로 인해 ‘바이오는 뻥튀기’라는 소리도 나오는데 몇몇 기업이 그럴 수도 있지만 성장 가능성을 가진 다른 많은 바이오벤처까지 오해를 받는 건 안타깝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명확한 회계기준이 마련돼 바이오업계의 옥석이 가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