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책임론’.

검ㆍ경이 열심히 추적하던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달 12일 순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실이 40여일 지나서야 알려지면서 검찰내부의 책임론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25일 통나무 벽장속에 숨었던 유 전 회장을 검찰이 코 앞에서 놓친 사실마저 알려지고,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경찰과 공유하지도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검ㆍ경이 위기에 몰렸다.

일선에서 수사를 지휘해온 최재경(52) 인천지검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경찰에서는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이 경질됐다. 그렇지만 끝이 아니다. 책임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책임론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은 황교안(57ㆍ사시 23회) 법무부 장관, 김진태(62ㆍ사시 24회) 검찰총장, 이성한(58) 경찰청장 등 세 사람이다. 황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선 “유 회장이 밀항에 성공해 출국했다고 해도 국제사법공조로 반드시 검거해 데려다 처벌받게 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김진태 총장도 국과수 DNA감식 결과 유 회장 변사체가 확인되기 직전인 최근까지 “곧 잡힐 것”이라고 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달 13일 일선 경찰서 단위까지 참여한 검거전담팀(전국에서 2455명 동원)을 꾸리고 “경찰이 먼저 잡도록 하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해온 이들이 자리에 남은 채 일선에서 검거에 목을 매던 사람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꼬리 자르기’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 수뇌부 책임론이 나오는 것은 단순히 유병언을 놓쳐서가 아니다. 수사 능력, 보고 체계, 근무 기강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 씨의 시신과 유류품을 발견하고도 단순 행려병자로 처리해 윗선에 보고도 안 했다. 검찰은 유 씨가 은거해 있는 순천 별장을 급습하고도 현장을 제대로 수색하지 않아 코앞에서 놓쳤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향후 운신이 주목된다. 황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사퇴를 압박하자 “책임을 피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은 진상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김 총장도 최 검사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검찰 책임 문제를 정리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장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회피는 안한다”면서도 “사퇴할 뜻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