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ㆍ문재연 기자]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정상회담 최대 변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인사는 모두 극도의 ‘양기(陽氣)’를 갖춘 남성들로, 지난해까지 서로를 향해 ‘미치광이 노인네’, ‘꼬마 로켓맨’ 등 막말에 가까운 말폭탄을 쏟아냈던 관계다. 전문가들은 ‘관심 받기를 즐기는 것’을 두 인사의 공통점으로 보고,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는 뜻밖의 ‘환상 궁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나이부터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2세(1946년생)다. 김 위원장은 34세(1984년생 추정)다. 살아온 경력과 환경은 두 사람의 나이차이만큼이나 크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재벌 출신에서 세계 최강국의 지도자로 단번에 뛰어오른 인사다. 확고한 자신만의 세계관이 투철하며 ‘주변 조언’은 나를 망치는 길이라 믿는다. 또 백인우월주의와 여성비하 발언으로 여러번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그는 ‘관심 받기’즐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언론을 믿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시점과 장소를 ‘6월 12일 싱가포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다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김 위원장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됐다.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지도자 수업’을 받았지만 20대 청년이 국가 중대사를 결정는 것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 대한 기질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으로 갈린다.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형인 김정남을 살해하는 장면에선 포악한 지도자였지만, 지난달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당시 보인 김 위원장은 예의바르고 공손한 청년이었다.
체격 차도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가 188cm의 장신에 특유의 손가락 제스쳐가 인상적이고, 김 위원장은 170cm 안팎의 키에 몸무게는 100kg이 넘는다. 두 인사의 경력과 살아온 경로 등을 고려하면 유사한 지점을 찾기 어렵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갑작스럽게 정계의 핵으로 떠올랐다는 점 정도다.
다만 양측의 궁합이 ‘뜻밖에’ 절묘하게 맞아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북미정상회담의 구체 일정과 장소가 확정됐다는 것은 두 정상이 벌인 물밑 교섭에서 양측이 모두 ‘내가 이겼다’는 생각이 들만큼 만족할만한 수준의 합의점에 이르렀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승부사 스타일이 뚜렷하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대통령직 수행도 ‘승부사적 베팅’의 연속이었다. 김 위원장 역시 승부사 기질이 다분하다. 북한의 국가적 명운을 걸고 북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을 단행했고, 이후 남북정상회담에선 군사분계선(MDL)에서 문 대통령에게 ‘깜짝 월경’을 제안할만큼 임기응변에 강했다.
올해 초까지 ‘핵 버튼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를 벼랑 끝 위기를 몰고 가다가, 불과 두 달 만에 급작스러운 정상회담 모드에 돌아선 것도 이런 기질적 교집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 큰 담판’을 두 정상 모두 선호한다는 점은 승부사적 기질에서 파생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아무도 내가 무얼 하려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에 대해 “훌륭한 회담을 진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린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속내를 보이지 않고 판을 흔드는 행동을 할 것이고, 이에 비해 김정은은 솔직하다. 말한대로 그대로 원칙대로 가고 있다”며 “미국은 김정은의 요구가 무엇인지 알고, 북한은 트럼프의 속내가 뭔지를 모르고 회담장에 들어가는 상황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동엽 교수는 “두사람은 국제사회가 다 지켜보니까 나름대로의 궁합을 보여주고 서프라이즈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미 간 신뢰는 이미 형성됐다. 서로를 향한 신뢰가 없었다면 정상회담 성사 자체가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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