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의 불신이 높아졌던 지난해,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적폐 청산’을 약속했다. 나라 전반에 쌓인 적폐를 청산함으로써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이 흘렀다. 적폐 청산의 날이 정치ㆍ사회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기업은 아직도 ‘적폐’의 대상으로 남은 모양새다. 전방위 사정 압박이 재계를 덮쳤고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정책 하에 기업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 1년간 잔뜩 몸을 움츠렸다. 일자리 창출과 소비 진작의 바탕이 되는 기업의 투자활동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괜히 지금같은 상황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발표했다가는 정부의 눈에 띄기만 한다”면서 “지금은 (투자)의 타이밍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개혁의 대상으로만 치부되는 현실에 대한 고충도 적지않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정부는 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은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기업의 순기능은 분명 있는데 사기 진작보다는 뭔가를 ‘바로잡기’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규제완화등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해야할 정부가 정작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최근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헤지펀드가 노골적으로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이유로 집중투표제ㆍ다중대표소송제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재계 관계자들은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소액주주 권리 강화 제도의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외국 투기 자본에게 경영권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특히 집중투표제의 경우 주주가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권을 몰아줄 수 있어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소지가 있다.
근로시간단축 등 친노동정책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당장 눈앞에 닥친 과제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도를 적용한 탓이다.
실제 정유ㆍ화학사들의 경우, 초과 근무가 불가피한 정기보수 기간동안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인력 충원을 진행할 정도다. 정기보수의 경우 1~2년에 한 번꼴로 약 2~3개월만 진행되지만, 주당 80시간 가량 근무해야하기 때문에 현 근로시간 단축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때문에 비싼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력 충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친화정책은 비단 대기업 뿐 아니라 정부가 육성과 보호를 외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도 위협받는다.
한 중소 제조사 대표는 “인건비를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하지만 기준이 충족돼야 한다. 이대로 2020년이 되면 중소기업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이 수정돼야한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도 제기된다.
지난 7일 중소기업연구원은 ‘국내외 근로시간 단축 지원 현황 및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을 보완하기 위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정책은 주로 대기업 하도급 업체인 중소기업의 현실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1년, 기업들은 우리나라가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데 동의한다. 국내 정치와 사회 분야에서 ‘나라다운 나라’의 기틀을 닦았다면 이젠 ‘기업이 기업답게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기업인들은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