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용어 중에는 ‘대리인 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 기업의 주주나 채권자는 자신들의 이익 증대를 위해 대리인(경영자)을 두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여기에는 주주나 채권단의 ‘경영 감시비용’과 경영자가 제대로 경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확증비용’, 경영인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발생하는 ‘잔여손실’ 등이 포함된다.

국가적으로는 국민들을 대신해 행정부가 국가를 경영하고, 입법부가 이들의 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비는 모두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것이 바로 대리인 비용인 셈이다.

최근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행보를 보면 이런 대리인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다 되도록 세월호 특별법이 처리되지 않고 있으며,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8월 청문회를 앞두고 증인 선정보다는 국조 위원장을 둘러싼 자질 논란만 키우고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안), 유병언법(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세월호 관련 법안 역시 줄줄이 처리가 지연되는 모습이다.

특히 세월호특별법 처리 과정을 보면 대리인 비용에 대한 회의까지 든다. 세월호 특별법은 특위에서 여야 지도부로, 다시 특위 실무급 테스크포스(TF)로 법안처리 책임이 맡겨지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이 벌어지는 듯한 국면이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책임 전가는 물론 여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2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내가 결단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다”며 “이 문제는 전적으로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일임한다”고 밝혔다. 몇일전 야권 지도부와 만나 세월호특별법 담판에 나섰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국회의원 1인에게 지급되는 세비(급여+활동비)는 연간 1억4000만원에 달한다.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국민들 사이에선 세비가 아깝다는 원성이 나올 것이다. 불량 대의민주주의라는 굴레를 벗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박도제 정치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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