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하남현 기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 전체 나랏빚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평채 손실은 지난해 5조9000억원을 포함해 40조원 넘게 누적됐다. 외평채 운용 손실이 커짐에 따라 발행 규모 축소 및 자금운용 방식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평채 발행 잔액은 171조원으로 전체 국가채무 482조6000억원의 35.4%를 차지했다. 지난 1997년 국가 채무의 0.6%에 불과했던 외평채 비중은 2004년 25%, 2007년 30%, 2011년 33%로 커졌고, 지난해 35%를 넘어섰다.
발행 잔액은 1997년 4조원에서 2004년 33조4000억원, 2007년 89조7000억원, 2010년 120조6000억원, 2012년 153조원으로 불어났다.
외평채는 외환시장 급변동 때 시장 안정조치를 취하는 ‘외평기금’을 조달하기 위한 채권이다. 외환위기 때 외국 자본 유출로 어려움을 겪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면서 외평채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외평채 증가 속도가 다른 채무보다 빨라 전체 국가 채무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1997∼2013년 전체 국가 채무가 연평균 13.9%, 조세 등 국민 부담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15.9% 늘어난 데 비해 외평채는 26.1% 증가했다.
채권 운용에 뒤따르는 손실액도 크다. 외평기금의 누적 손실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조3000억원이었다. 2008년(9조1000억원)보다 4.4배, 2011년(22조2000억원)에 비해 1.8배 늘어난 수치다.
외평기금 손실액이 매년 커지는 이유는 조달금리(외평채 금리)보다 운용금리가 낮아 역마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외평채는 투자자금을 마련하거나 대출 상환을 위해 발행하는 것이 아닌 만큼 미국 국채 등 안정적인 선진국 자산에 투자한다.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 상대적으로 싼 금리를 주는 곳에 투자하다 보니 운용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금리차이 때문에 발생한 손실은 지난해 3조8375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2013년 재정사업 성과평가를 통해 “외평채 누적 손실 확대는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발행 규모 조정을 검토하고 누적 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 조달 방식, 운용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