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탈법목적 거래에 한해” 이건희 회장 소급적용 어려울듯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금융당국이 금융실명제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실명법 개정을 통해 실명제 시행 이후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담겼던 막대한 자금들에 대한 과징금 징수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밝혀진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1200여개의 자금은 4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행 금융실명법에서는 금융실명제(1993.8.12.) 이전 개설 계좌에 대해서만 실명제 당시 금융자산 가액을 기준으로 50%의 과징금을 물리고 있다.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는 형사처벌됐다.
그런데 만약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물린다면 2조2500억원이라는 자금이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실명제 시행 후 개설된 계좌를 활용한 탈법목적 차명 금융거래에 대해 과징금 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며 “과징금 산정시점, 부과비율 등 과징금 산정기준을 현실화하여 제재효과를 극대화하고, 징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절차개선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가족 명의의 계좌나 친목회 계좌 등 일반 국민의 정상적 금융거래로 볼 수 있는 선의의 차명 거래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과징금 징수대상 차명계좌는 차명여부와 탈법사실을 밝혀야 한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탈법행위 목적 차명거래의 판단 기준은 검찰 수사와 국세청 조사, 금감원 검사 등에서 드러난 경우로 한정될 수 있다. 소급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때문에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자금 4조5000억원 중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대상은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현재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것은 실명제 이전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에 개설된 27개 차명계좌 자금 61억8000만원의 50%인 30억9000만원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자산가액 61억8000만원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2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부는 금융위가 제도개선의 목적이 ‘실효성 확보’에 있고 국민정서를 고려했다면 실명제 이전 차명계좌에 대한 제도개선 역시 함께 검토했어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과징금 부과기준, 시점, 구체적인 방법 등은 조금 더 검토를 해서 국회 논의과정에 임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국회 논의과정에서 충실하게 검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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