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핵무기 안건드린 ‘절묘한 수’ 평가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비핵화 방법론을 제시한 가운데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북한의 핵시설과 핵물질 폐기를 언급해 주목된다.
문 특보는 27일(현지시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 주관 평화공감포럼에서 “북한이 당장 핵무기는 아니더라도 지금 가진 핵시설과 핵물질을 검증가능하게 폐기할 수 있는 자세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중국과 우리 정부가 나설 수 있지, 그런 것도 없다면 진전을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북핵문제와 관련해 제시한 동결과 폐기 2단계론에서 입구에 해당하는 동결 부분을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김 부위원장에게 언급한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문 특보가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인 만큼 큰 흐름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특보가 언급한 북한의 핵시설과 핵물질을 폐기할 수 있는 자세는 북미 모두 대화 용의는 밝히면서도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름 절묘한 수라 할 수 있다.
작년 6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이미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북한 입장에선 비핵화 협상 입구 단계에서 이미 개발한 핵무기는 건드리지 않는 대신 핵시설과 핵물질을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비핵화를 내세우고 있는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일단 핵시설과 핵물질을 폐기할 수 있다고 밝힌다면 대내외적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대북소식통은 “북한과 미국이 일단 대화는 하겠다면서도 서로 자존심을 앞세우고 있는 형국인데, 북한이 핵시설과 핵물질 폐기 의사를 밝힌다면 미국도 관심을 가질만하다”며 “본격적인 북미대화 앞선 전제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문 특보는 북미관계와 관련해 북미수교와 북핵 6자회담과 같은 다자협의체제에서의 보장이란 방안을 제시했다.
문 특보는 “북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사담 후세인, 무아마르 카다피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이 자신들에게도 그렇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있느냐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미국의 군사행동을 저지할 다자협의체제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최선의 방법은 북미수교”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가 특정합의를 맺고 6자 틀 안에서 이를 다진다면 미국이 일방적 행동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아울러 미국의 최대 압박전략과 관련, “북한은 핵무기 폐기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체제를 전복ㆍ붕괴하려는 적대행위로 본다”며 “그런 점에서 미국은 북한문제를 다루기 위해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핵문제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민주주의와 인권 등은 부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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