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어디가 가지인지, 어디가 뿌리인지, 덩굴이 나무인지, 나무가 덩굴인지, 흙인지 돌인지, 작은 동굴인지….

옛북제주군 서쪽지역인 제주시 한경면에는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의 신비감을 느낄 수 있는 정글 ‘곶자왈’이 관광지 ‘환상숲’으로 개발됐다.

뿌리와 가지가 만나 엉키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기온차가 10도 이상 차이 나는가 하면, 한여름에도 섭씨 17도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수간모옥(數間茅屋) ‘아지트’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군데군데 있다.

곶은 숲이고, 자왈은 가시이다. 이 단어를 대입해서 짧은 글짓기를 한다면, ’곶 드레강 낭해오라, 자왈 드레는 가지마라‘(숲에 가서 나무 해 오너라, 가시 있는 곳엔 가지말거라) 정도 되겠다. 번지수가 한경면 저지리 2848. 특이한 지형속에 ‘이판사판’ 악착같이 살아나려는 식물들의 생존경쟁이 펼쳐져있다. 바위들 위에 생겨난 숲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천연 원시림 지대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골고사리, 백양금 등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조하는 곳. 대한민국에서 서식하는 양치식물 생물다양성 종류 중 80%가 제주도 곶자왈에 있다.

식물로는 개가시나무, 새우란, 더부살이고사리, 동물로는 긴꼬리 딱새, 제주휘파람새 등 세계적인 희귀종과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한다. 돌 무지 위에서 터를 잡은 아름드리 나무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데, 단단한 근육질의 뿌리 ‘판근(板根)’이 땅 위 온 사방으로 뻗어 육중한 본체를 지탱해주는 지줏대 노릇을 한다.

약이나 차(茶), 건강식품 재료로 쓰이는 꾸지뽕나무는 사람과 동물의 몸이 닿는 곳에만 가시가 있고, 윗쪽엔 가시가 없다. 그리고 줄기는 덩쿨이 되어 남의 나무를 타고 한없이 위로 뻗어 나간다. 이곳의 모든 식물들이 생존을 위해 뿌리와 가지를 손사방으로 뻗는 바람에 정글이 되고, 그만큼 볕이 들 공간이 적기에 위로, 또 위로 태양을 찾아 오르는 것이다.

이 곳 소나무은 금강송이 아닌데도 곧게 날씬하게 솟았다. 허리는 다른 넝쿨에 내주는 바람에 초록빛 가지를 찾기 어렵고 나무 꼭대기에 이르러서야 잎이 두드러지게 돋아 소나무임을 알수 있다.

이곳은 집주인 이형철(54)씨가 21년전에 매입한 사유지이다. 부인 문은자(54)씨는 유사한 다른 지역의 곶자왈 소유주, 연구자, 동호인 등과 함께 ‘곶자왈 사람들’이라는 토론 및 보존그룹을 만들어 9년간 활동해온 해설가이다.

딸 이지영(27)씨는 서울 농촌연구원에서 근무하다, 부모님과 의기투합해 곶자왈의 신비로움을 알리는 일을 사업화하기로 한 뒤, 전격 낙향한 엘리트이다. 미모에다 발랄하고 지혜가 넘치는 지영씨로부터 ‘청산유수’ 곶자왈 설명을 듣노라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럼 속세를 잊고 몽롱해진다.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존총회를 계기로 곶자왈의 가치와 신비로움에 대한 얘기가 공론화하고 보존과 공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관광지로 개발됐다. 한경의 환상숲 곶자왈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가장 제주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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