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쌀 시장 전면 개방
40만9000t 의무수입은 그대로…WTO와 9월부터 관세율 협상 400%땐 미국쌀값 국내산의 2배…“쌀 농가 큰타격 입을 것” 반발
정부가 쌀 관세화를 공식 선언했다.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더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관세화’는 고율의 관세를 물려 쌀 수입을 전면 허용한다는 의미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관세만 납부하면 누구나 쌀을 수입해 판매할 수 있다.
정부는 18일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정부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관세율 400% 부과?=쌀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고 해서 수입쌀이 당장 우리 식탁을 점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내산과 경쟁할 수 없는 정도의 높은 관세율을 수입쌀에 매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고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9월 말 쌀 시장 개방 방침을 WTO에 통보하면서 우리나라가 희망하는 관세율을 제시한 뒤 WTO와 협상에 들어간다. 아직 공개하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400% 안팎의 관세율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6월 25일 기준) 국내산 쌀 가격은 80kg 한 가마당 16만8816원. 미국 쌀의 국제가격은 우리의 반값인 8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400% 관세를 부과하면 32만원이 된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200%의 관세를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야 자국 쌀이 우리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200% 관세’는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보다 앞서 쌀 시장을 개방한 대만과 일본의 관세율은 300~400% 선이다.
쌀 관세화를 한다고 해서 의무수입물량(MMA)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는 40만9000t을 의무 수입하고 있다. 단, 시장 개방을 조건으로 의무수입물량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 최근 쌀 관세화를 일시 면제받은 필리핀은 기존 의무수입물량을 2.3배 늘리고 각종 농산물을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국내 쌀값 폭락 가능성 없나=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일부 농민단체들은 쌀 시장이 개방되면 수입쌀과 국산쌀이 섞여 판매되는 등 유통질서가 흔들리면서 쌀 농가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쌀 농가 지원을 위해 ‘쌀산업발전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동필 장관은 “쌀 농가의 안정적 생산기반 유지와 농가소득 안정, 경쟁력 제고, 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유통 금지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앞으로 국회와 농업계 의견을 추가 수렴해 세부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쌀산업발전대책에는 ▷쌀 수입보험제도 도입 ▷쌀 재해보험 보장수준 현실화 ▷전업농ㆍ들녘경영체 육성을 통한 규모의 경제화 ▷국산쌀과 수입쌀 혼합 판매금지 및 부정유통 제재 강화 등 각종 방안이 포함된다.
이들 대책은 오는 9월 말 우리 정부가 WTO에 관세율을 통보하는 시점에 발표된다.
신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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