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으로 명마 판별 한국마사회 김영관 조교사
상마능력 탁월…6년간 250억 대박 업계 ‘루저’탈피 명마 미다스손 등극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에게도 관상이 있다. 말의 생김새를 보고 얼마나 좋은 말이 될지 판단하는 것이 상마(相馬). 이처럼 말의 관상을 보고 역대 최고의 명마들을 줄줄이 탄생시켜온 ‘현대판 백락(伯樂ㆍ상마를 잘했던 중국 춘추시대의 인물)’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구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관(54·사진) 조교사. 그가 발굴해낸 명마 중 단연 으뜸은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말을 관상을 통해 발굴해낸 것이다. 이외에도 김 조교사의 마방에는 거물급 경주마가 적지 않다.
2009년 삼관경주를 휩쓴 ‘상승일로’, ‘남도제압’, 지난해 2관왕 ‘인디밴드’ 등 하나같이 걸출한 말이다. 한국경마 최다연승을 보유하고 있는 ‘미스터파크’도 그의 작품이다.
“말의 관상을 보고 원석같은 경주마를 발굴해 다이아몬드로 만들어냅니다. 경주마는 혈통이 능력의 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다음으로 중요시되는 것이 말의 관상이죠. 뛰어난 경주마는 콧구멍은 넓고 커야 하며, 가슴은 두껍고 등은 짧고 어깨가 튼튼하고 또 체형은 균형과 대칭성이 있어야 합니다.”
김 조교사가 발굴한 경주마 ‘루나’는 선천적인 장애 탓에 역대 최저가인 97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2005년, 2006년 경상남도지사배와 2007년 KRA컵 마일, 2008년 오너스컵 등 매년 억대의 상금이 걸린 큰 대회를 석권했다. 그렇게 거둔 상금이 무려 7억2000만원, 몸값의 74배였다. 2011년엔 루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김 조교사가 발굴해낸 명마들이 지난 6년간 527회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모두 250억원에 달한다. 유독 뛰어난 경주마를 발굴하는 능력 덕에 서울경마공원의 조교사들을 제치고 6년 연속 통합 상금왕(2007~2013)을 차지했다.
김 조교사의 상마 능력은 자신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1976년 기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체중조절 실패로 마필관리사로 전향했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자신만의 마필관리 노하우가 있었지만 조교사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관리사로는 자신만의 마필관리철학을 펴기 어려웠다. 수차례 마찰을 빚다 결국 그는 외톨이가 되고 만다.
하지만 그에게도 기회가 왔다. 2003년 부경경마공원 개장을 앞두고 조교사로 개업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마음껏 펼치게 됐고, 운명처럼 ‘루나’라는 희대의 명마를 만난 것이다.
김 조교사에게 루나는 각별했다. 장애를 안고 끝까지 달리는 루나의 모습에 김 조교사 역시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그는 “눈물이 고일만큼 다리가 아파도, 루나는 어떻게든 결승선을 통과했어요”라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고맙고 또 삶의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산=윤정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