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전세계 소녀들의 꿈을 대변해준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의 ‘빨강머리 앤’, 영화로 제작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얀 마텔(Yann Martel)의 ‘파이 이야기’, 그리고 노벨상 수상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서점까지. 캐나다의 요소요소에는 ‘문학’이 들어 있다. 위덕대학교 고길환 영어학과 교수는 자신의 논문 ‘캐나다 문학과 관광’을 통해 “캐나다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발전시키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캐나다 문학이다”며 광활한 자연과 맞서 싸우는 캐나다 인들의 심리가 녹아 있는 문학에 녹아 ‘수비대 심리(garrison mentality)’, ‘생존’등의 키워드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런 캐나다의 문학의 배경이 되는 캐나다 관광지를 소개해본다.
▶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의 무대 ‘샬럿 타운’ = 스위스에 하이디가 있다면 캐나다에는 빨강머리 앤이 있다. 엉뚱하면서도 발랄하고 조숙했던 이 소녀는 전세계 소녀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그들의 꿈이 됐다.
캐나다에는 이 소녀가 살았던 아름다운 마을이 실제 존재한다. 바로 캐나다 동부 끝에 위치한 작은 섬인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주(Prince Edward Island) 주의 샬럿타운(Charlottetown)이 그 무대다.
이곳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는 빨강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녀가 살았던 푸른 초원과 고목들이 둘러 쌓인 평화로운 전원마을은 고스란히 빨강머리 앤이 살았던 마을이 되었다. 실제 빨강머리 앤이 살던 집, 마을, 학교 등 소설 속에 등장했던 장소들은 샬럿타운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캐번디시(Cavendish)에 위치해있다. 해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샬럿타운과 캐번디시를 찾아 빨강머리 앤의 흔적을 찾는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샬럿타운을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주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샬럿타운의 시내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까페 등이 있어 생동감 넘치며 반대로 거리는 한적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자연과 어우러져 잘 보존된 역사적인 유적들을 둘러볼 수 있다. 샬럿타운과 캐번디시를 돌아보는 데에는 2일이면 충분하다. 주의사당에서 시작되는 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아름다운 해안도소를 따라 빅토리아 공원을 거쳐 캐번디시의 그린 게이블스까지 편하게 돌아볼 수 있다.
캐번디시 중 가장 이름난 곳인 그린 게이블스(Green Gables)는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앤의 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19세기의 가구들과 다리미, 타자기 등 집안 곳곳의 모습이 현실과 소설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다. 2층으로 올라가면 창 밖으로 앤과 단짝 친구인 다이애나와의 만남의 장소였던 ‘유령의 숲’이 내려다보이고, 집 옆으로 흐르는 개울 등 작품 속 풍경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진다.
매월 6월 중순부터 9월 상순까지 샬럿타운 컨페더레이션 아트센터에서 샬럿타운 페스티벌(The Charlottetown Festival)이 열린다. 뮤지컬 빨강머리 앤도 이때 관람할 수 있다. 페스티벌에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상회한다고 하니 그 생명력과 대중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축제기간 동안 캐나다에서 가장 길게 공연하는 뮤지컬인 빨강머리 앤을 실감나게 관람할 수 있으며, 다른 뮤지컬과 공연도 많이 열린다. 뮤지컬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배우들의 살아있는 표정 연기와 알기 쉬운 스토리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예약을 안 하면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대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사전예약은 필수다 ▶ 파이이야기의 배경 위니펙 = 지난 2001년 나온 소설 ‘파이 이야기(Life of Pie)’는 묘한 느낌을 가진 소설이다. 얀 마텔이 지은 이 소설은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면서 더 큰 인기를 끌었다.
화물선을 타고 인도에서 캐나다로 가는 도중에 태평양 한 가운데서 난파당한 채, 구명정에서 다친 얼룩말과 하이에나, 오랑우탕 그리고 10대의 파이라는 인도 소년과 벵갈 호랑이 리차드 파커가 주요 등장인물들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다.
이 작품 속의 환상적인 항해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마르케즈의 마술적 리얼리즘, 그리고 부조리극의 대가 샤무엘 베켓트의 부조리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 소설속에서는 뒷부분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잔혹한 환경과 인간의 본성에도 의문을 던져준다. 환경과 싸우며 살아남는 ‘생존’이 캐나다 문학의 특징이라 말한 비평가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의 설명에 부합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위니펙(Winnipeg)은 캐나다의 매니토바 주의 주도로, 주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주 내 최대 규모의 도시이다. 서부와 동부를 연결하는 모든 철도와 고속도로는 이 도시 혹은 그 근처를 지나가므로, 이 도시는 “서부로의 관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위니펙은 캐나다에서 다섯 번째로 크고 세계에서는 열한 번째로 큰 호수인 위니펙 호수 및 매니토바 호수나 우드 호수를 포함해 수백 개의 호수를 근처에 두고 있다.
또 이 도시는 문화의 중심지이며 로얄 위니펙 발레와 위니펙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발생지이다. 위니펙의 역사적 건물들과 아름다운 운하, 오래된 강, 아시니보인 공원을 포함한 수많은 공원들, 그리고 특유의 이웃들은 도시의 자랑거리이다. 위니펙은 레드 리버와 아시니보인 강을 가로지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팅 링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서점을 운영한다고? 빅토리아주의 ‘먼로스 북’ = 최근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BC) 빅토리아에는 새로운 관광지가 생겼다. 캐나다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Alice Munro)가 운영중인 서점 먼로스 북(Munro‘s Books)이다.
서점의 주인이자 2013년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는 십대에 집필을 시작해 평생을 문학과 함께한 캐나다의 대표 작가로, 대표작으로는 단편집 ’떠남(Runaway)‘과 데뷔작이기도 한 ’행복한 그림자의 춤(Dance of the Happy Shades)‘ 등이 있다.
체홉(Anton Chekhov )의 천재성을 닮은 작가로 알려진 그녀는 온타리오 주에서 태어나 이 주에 소재해 있는 런던에 있는 대학(University of Western Ontario)에서 수학하고 결혼 후 BC 주의 밴쿠버와 빅토리아에서 정착해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녀의 글쓰기 방식은 색다르다. “의식의 흐름” 기법과 중간에서 시작(in medias res)하는 서사시 기법이 가미된 그녀의 글쓰기는, 처음, 중간, 끝 또는 어떤 곳에서도 글 읽기를 시작할 수 있는 다양한 책 읽기 방식이 있듯이, 정해진 길을 가는 방식이 아닌 갔다 왔다 하는 방식이다. 시간을 가로지르는 복잡한 움직임을 보이는 그녀의 작품은 이야기의 연대기를 파괴한다.
먼로스 북은 빅토리아에서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거버먼트 스트리트(Government St.)에 위치한 서점으로, 1909년에 은행 건물로 건축된 고풍스런 외관이 먼저 눈에 띄는 빅토리아 유일의 대형 서점이다. 1963년 처음 문을 열어 지난해 9월 50주년을 맞이한 유서 깊은 장소로도 알려져있다.
빅토리아에 가면 이너 하버(The Inner Harbour)도 구경하자. 빅토리아를 방문하는 연 400만 명의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희고 날렵한 요트와 수상 비행기, 페리, 수상버스가 분주히 오가고, 만개한 오색의 꽃들은 저마다 사랑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빨간색투어 버스와 고풍스러운 마차, 아마추어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의 소규모 공연,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파는 알록달록한 파라솔까지 한데 어울려 카메라를 든 손이 분주해진다. BC주의사당, 페어몬트 엠프레스호텔, 로열브리티시 컬럼비아 박물관 등 주요 관광 명소가 모두 이너 하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