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국정원장에 자금 지원 직접 요구” -차명폰, 기 치료, 주사 비용 등에 일부 사용 -‘문고리 3인방’ 명절 격려금 수억 수수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수십억 원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추가기소됐다. 검찰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직접 국정원 자금을 계속 지원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뇌물 수수가 박 전 대통령의 능동적 지시를 통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4월 기소돼 삼성ㆍ롯데그룹 뇌물 수수 및 미르ㆍK스포츠재단 대기업 출연 강요,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 직권 남용 등 18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은 이로써 모두 21개로 늘었다.

▶박 전 대통령, “계속 자금 지원해달라” 직접 요구=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남재준ㆍ이병기ㆍ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월 5000만~2억 원씩 총 35억 원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이병호 전 원장에 요구해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매월 5000만 원씩 총 1억5000만 원을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지원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고, 안 전 비서관이 남재준 전 원장에게 돈을 보내주라는 지시를 전달해서 (상납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취임한 이병호 전 원장에게 그동안 보내오던 국정원 자금을 계속 지원해달라고 직접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순실도 자금 유용 개입…‘기 치료’ 비용에도 쓰여=검찰 수사 결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청와대 내 개인 금고에서 국정원 자금 전액을 보관하며 관리를 맡았다.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 운영과 거리가 먼 사적 용도로 이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35억 원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 핵심 측근들이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 구입 및 통신비, 삼성동 사저 관리ㆍ수리비, 기 치료 및 주사 비용으로 3억 6500만 원이 쓰였다. 또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이재만ㆍ안봉근ㆍ정호성 전 비서관과 이영선 전 경호관 등 최측근 격려금으로 9억7000만 원이 사용됐다.

검찰은 박영수 특검팀 압수수색 물품 가운데 최순실 씨가 3인방에게 지급된 명절ㆍ휴가 격려금 내역을 자필로 정리한 메모도 확보했다. 최 씨가 국정원 상납금 관리와 사용 과정에 일부 개입한 정황이다. 메모에는 BH(Blue Houseㆍ청와대)라는 문구 옆에 J(정호성), Lee(이재만), An(안봉근)을 뜻하는 이니셜과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세 사람이 받은 격려금 내역이 적혀 있다. 3인방 모두 조사 과정에서 해당 메모의 내용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격려금이 맞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박근혜, 최순실 조사 거부로 용처 파악은 일부만=35억 원 중 약 20억 원은 이재만ㆍ정호성 전 비서관이 직접 청와대 관저 내실에서 박 전 대통령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가 윤전추 전 행정관을 통해 최순실 씨가 운영하던 의상실에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증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이재만 전 비서관과 이영선 전 경호관 등으로부터 테이프로 밀봉해 돈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 받을 때 최순실 씨가 곁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 전 경호관이 최 씨 운전사에게 같은 쇼핑백을 전달한 적이 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국정원 자금 용처를 확인하기 위한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최 씨가 자금 사용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최 씨에게 유입된 자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검찰은 또 최 씨가 설립한 회사인 ‘더블루케이’ 등 관련 법인 설립자금이 대부분 현금으로 조달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국정원 자금과의 연관성을 의심했지만, 의미있는 단서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먼저 기소한 뒤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ㆍ현기환 전 정무수석 등 다른 관련자들을 순차적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또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는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이던 2016년 4ㆍ13 총선을 앞두고 정무수석실 주도로 이뤄진 ‘진박 감정’ 여론조사 자금 5억 원을 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