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3000만원이하 소액소송 소송전 분쟁해결 기구 통합관리 ‘ADR 기본법’ 제정 필요 지적도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소송이 152만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인구 대비 소송을 내는 비율도 지나치게 높아 ‘대체적 분쟁해결(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2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소송은 총 152만3108건에 달했다. 각종 신청 사건을 제외한 ‘본안소송’만을 추린 수치다. 이 중 재산분쟁이 중심이 되는 민사소송이 104만8749 건으로 전체의 68% 가량을 차지했다. 민사소송은 최근 10년 간 접수 건수가 연간 100만 건 미만인 적이 없었다. 민사소송 중 소가가 3000만 원 이하인 68만6407 건이 소액사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인구 50명 중 한 명은 소송을 내고, 그 중 절반 정도는 사안이 크게 복잡하지 않은 재산 분쟁인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개인 간 분쟁이 소송으로 해결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인구가 2.7배 가량 많지만, 민사소송이 제기되는 수는 우리의 6분의 1 정도다. 미국도 1980년과 1991년, 2003년에 조사된 민사소송 통계에 따르면 민사분쟁 당사자 중 5%만이 소송을 냈고, 소송을 낸 후에도 80% 이상이 조정 등을 통해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이 종결됐다. 분쟁이 생기면 일단 소송을 내고, 대부분 판결로 해결하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법원행정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기된 민사소송이 조정으로 해결된 비율은 1심 단독재판부 사건의 경우 4.8%, 합의부 사건은 5.9%에 불과했다.
판결이 아닌 조정이 활성화되면 수년 씩 걸리는 소송보다 조기에 분쟁이 종결돼 갈등에 사회 비용이 크게 낮아진다는 장점이있다. 조정은 법원이 나서 이뤄질 때도 있지만, 소송 전단계에서도 40개가 넘는 분쟁해결 기구를 통할 수도 있다.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요구, 손해배상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언론중재위원회나 의료사고가 났을 때 피해에 대한 감정을 통해 중재를 해주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대표적이다. 최근 증가하는 전자상거래 분쟁을 담당하는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도 있다.
하지만 각 기관마다 설치 및 활동범위를 정하는 근거법률이 제각각이고, 분쟁이 생겼을 경우 업무가 중복되는 경우도 있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면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어느 쪽을 통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기가 힘들다. 비슷한 성격의 분쟁해결 기구가 중복 설립돼 비효율적일뿐더러 별개의 조정위원회를 두고 있어 유사한 사건에 다른 선례를 제각각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소송 전 분쟁해결 기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분쟁 신청과 해결, 집행까지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ADR 기본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단일법을 제정하면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는 분쟁 조정 기구를 통합할 수 있고, 각 기구별로 흩어진 조정위원회도 일원화해 전문적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ADR기본법이 제정돼 운용 중이고, 미국도 ‘행정분쟁해결법(ADRA)과 협상에 의한 규칙제정법(NRA)’을 1996년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참여정부 때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했지만 적용 대상이 중앙행정기관에 한정된 데다 권고적 효력 밖에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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