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구석구석 엿보기
수많은 브랜드 즐비한 야시장…상품 흥정하는 재미도 쏠쏠…귀국후 “속았다” 후회하기도
한국 오는 요우커는 귀한손님…나쁜 기억 갖고가지 않게 역지사지 심정으로 상혼 개선을
손님 모시는 일은 나를 드러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손님을 모시는 관광산업은 나라의 면모인 국격과 직결된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국가대표이다. 지혜와 교양은 지구촌 선진 시민의 덕목이다. 헤럴드경제는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의 생생한 현장 리포트를 통해 지구촌 구석구석의 정보와 배울 점을 찾고 우리 시스템의 우수성을 지켜내기 위한 특별기획물을 연재한다.
개항 역사 2000년, 외침이 비교적 적었던 경제관광지 중국 광저우는 세상의 모든 문물이 넘쳐난다. 태평천국의 난을 주도했던 홍쉬치안(洪秀全), 근대 중국의 지도자 쑨원(孫文), 중국판 유토피아를 꿈꾸던 캉유웨이(康有爲) 등 개혁가가 광저우를 성도(省都)로 삼는 광둥성 출신이고, 새로운 커뮤니티 방식을 실험했던 중국식 인민민주주의의 본향이다.
2세기 로마인과 첫 국제거래를 튼 광저우의 시장들은 가히 만물상이고, 거래의 풍경도 다채롭다. 밝은 시장과 그레이마켓, 활기와 우려가 교차한다.
광저우 바이윈구에 산위앤리라는 곳이 있다. 아시안게임을 치른 광저우시내 다른 지역의 정갈함과는 달리 어지러운 환경이 지배하는 거리이다. 잡상인과 대형 광고물이 즐비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물결을 이루는 이곳은 중국에서 가장 큰 피쥐청 피혁짝퉁시장이다.
수많은 명품브랜드가 곳곳에 펼쳐져 있는 풍경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든다. 하도 많아서 그런지, ‘내 것’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어쩌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아 한국인 특유의 흥정을 통해 어느정도 만족한 수준이 됐다고 생각들 하지만, 상나라 후예이며 전 세계인을 상대로 다년간 연마한 광저우 고수들이 그리 호락호락 했을까.
구매자들은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마음으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지만, 며칠 가지 않아 어김없이 클레임을 낸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환불도, 교환도 되지 않는다.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는 신세가 되면서 광저우에 대한 기억만 나빠질 수 있다.
심각성을 깨달은 광저우시도 이미지 개선을 위해 몇 번에 걸쳐 단속을 실시했다. 개선의 조짐은 분명히 보이지만, 시끌벅적 만물상의 모든 양상을 당국이 완벽하게 장악하기 어려워, 관광객 후회 유발형 상혼은 여전히 생명력을 갖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중국 국내관광 연인원은 29억5700만 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2.0%나 증가했다. 문제는 관광객 대상 사기,절도 등 범죄도 같은 비율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CCTV는 관광객 대상 사기 사례를 집중 보도해 주위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당국의 의지, 언론의 환경감시활동으로 사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다.
서호의 멋진 풍광으로 잘 알려진 항저우엔 신선의 영이 깃들어있다는 중국 10대 사찰 링인쓰가 유명하다. 신성한 이곳에 황당한 사건도 발생하는데, 사실 관광객 스스로의 부주의에도 문제는 있다. 우한에서 온 여대생은 아버지의 건강 쾌유를 빌기 위해 링인쓰를 찾았는데, 절 앞에서 만난 무자격 가이드가 기도의 효험을 높이기 위해서라면서 등, 향과 같은 물품 강매에 넘어가고 말았다. 물건값은 무려 1만 위안(한화 165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다. 링인쓰를 찾는 많은 관광객이 입장료에 향을 피우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가이드에게 비싼 가격에 향을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쓰촨성의 주자이저우(구채구)의 이른바 ‘건강팔찌’도 도마위에 올랐다. 가이드가 ‘토르말린에서 나오는 음이온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아픈 허리도 낫게 해준다’면서 적극 권유해 한 개씩 구입하지만, 가격은 무려 4800위안(약 80만원)이나 된다. 쉽게 상술에 현혹된 노인들은 시내 상점에서 같은 제품이 200위안(3만300원)에 팔리는 것과 흡사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후회하곤 한다.
우리가 중국을 가듯 중국인들의 한국행 러시도 급증 추세이다. 올해 5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성 방한객 비중이 2012년 55%, 2013년 59%로 높아지는 점은 주목된다. 한류와 한국산제품의 신뢰성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 중국인 관광객들을 진심으로 잘 모셨으냐는 질문에 자유롭지 못한 구석이 다소 있다.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 대량판매에 편승한 품질 저하 등 사례가 가끔 드러나면서 우리가 그랬듯 그들 중 일부도 우리에게 실망하는 눈치이다.
중국은 작년부터 관광객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저가상품의 고질적인 폐해인 강제쇼핑, 옵션, 서비스 수수료에 대한 금지를 골자로 한 여유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중국인 관광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공정관광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2% 부족한 점이 있다. 홍콩의 대체할 쇼핑천국 한국의 위상을 유지 발전시키려면 빗나간 상혼에 대한 두 나라 사이의 나쁜 기억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잘 모시면 오래 가는 중국인이다.
곽상섭 한국관광공사 광저우지사장 /gbdego@knt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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