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초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드와인 만들어 -3대째 가업 이어가는 가족경영 와이너리 -미국 최고의 와인 ‘인시그니아’ 탄생시켜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굉장히 책임이 막중한 일이다. 자신과 가문의 선대, 후대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로지 술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다.

기네스, 조니워커, 스미노프 등 한번쯤 들어본 이 술들은 사실 사람의 이름이다. 누군가에게 ‘인생술’로 칭송받는 명주 중에는 창시자의 이름을 건 술들이 상당히 많다. 이 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백년 간 이 술이 후대에 이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한 잔의 술을 위해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16>죠셉 펠프스=죠셉 펠프스는 단일품종 양조문화가 주류를 이루던 미국 나파밸리 와인시장에 최초로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드 방식을 도입한 인물이다. 미국 최초의 브랜드 네임을 가진 이른바 메리티지(Meritage) 와인 ‘인시그니아(Insignia)’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미국 콜로라도의 유명 건설업자이자 보르도 와인 애호가였던 죠셉 펠프스는 1960년대부터 프랑스 와인 서적을 읽으며 와인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집에서 직접 와인을 만들었을 정도로 와인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

그가 본격적으로 와인을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1970년대 초반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건설에 참여하면서였다. 그는 수버랭 와이너리(現 Rutheford Hill Winery),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와이너리 등을 건설하며 나파밸리의 아름다운 자연에 깊은 인상을 받아 1973년 약 152ha의 땅을 매입하고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죠셉 펠프스 빈야드(Joseph Phelps Vineyards)’의 문을 열었다.

죠셉 펠프스 빈야드는 나파밸리의 주요 와이너리 중에서도 자기 소유 포도밭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기업 소속이 아닌 가족경영 와이너리 중 가장 많은 포도밭 소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파밸리의 와이너리들은 자가 소유의 포도밭이 없이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죠셉 펠프스 빈야드는 그러한 길을 택하지 않고 나파 밸리의 핵심 지역인 스택스 립, 러더포드, 오크빌, 세인트 헬레나 등에서 최고의 포도밭을 찾아내 매입했다.

그는 자가 포도밭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포도 재배지역부터 모든 공정을 직접 관리해야 양의 등락은 클지라도 품질 기복은 매우 적은 최고급 와인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일관된 신념은 화려한 결실을 맺어 인시그니아 2002가 미국의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2005년 톱 100와인의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비롯해 수많은 영예로운 어워드를 지속적으로 수상하는 미국 최고의 와이너리로 거듭났다.

죠셉 펠프스의 와인 철학을 그대로 담은 와인은 바로 ‘인시그니아’이다.

지금도 죠셉 펠프스 빈야드의 대표 와인인 인시그니아는 전면 라벨에 한 포도 품종을 명기하던 버라이어탈 와인(Varietal Wine)이 대세이던 시기에, 여러가지 레드 품종의 포도를 섞은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드 와인이었다. 블렌딩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미국 나파밸리의 양조문화 속에서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와인을 알릴지 고심하던 죠셉 펠프스는 특정 포도 품종이 아닌 와인의 이름, 즉 브랜드를 만들어 붙이게 되였고 그 이름이 바로 휘장(徽章)이라는 뜻을 가진 ‘인시그니아’였다.

인시그니아의 탄생은 이후 오퍼스 원(Opus One), 도미누스(Dominus) 등 우수한 보드로 스타일의 블렌드 와인들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이들처럼 브랜드화된 보드로 스타일의 블렌드 와인에 메리티지 와인(Meritage Wine)이라는 단어가 붙여지게 됐다.

미국 최고의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빈티지가 무엇이든 간에 인시그니아는 인시그니아다(Regardless of the vintage, Insignia is Insignia.)”라는 말로 기복이 없는 와인품질의 일관성을 극찬했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인시그니아는 1990년부터 2013년 빈티지까지 24개의 빈티지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로부터 평균 90점 이상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특히 1991년과 1997년, 2002년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의 평가를 받았다.

인시그니아의 블렌딩 비율은 매년 조금씩 달라지지만 카버네 소비뇽 70% 이상에 보조 품종으로 멀롯, 쁘띠 베르도, 카버네 프랑 등을 블렌딩해 만든다. 매년 약 12만병이 생산되며, 한국에는 2000~2400병 가량이 수입된다.

죠셉 펠프스는 나파밸리에 시라(Syrah)와 비오니에(Viognier) 품종을 최초로 도입해 론 품종 열풍을 이끌며 이른바 론 레인저(Rhone Rangers)로 불린 일군의 생산자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 와이너리이다. 지난 2011년에는 고급 피노누아와 샤도네이의 산지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소노마 코스트에도 프리스톤(Freestone)이란 이름의 포도원을 조성해 새로운 도전과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는 죠셉 펠프스의 아들과 손자 빌 펠프스(Bill Phelps)와 윌 펠프스 (Will Phelps)가 이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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