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명확한 기준 없이 일부 예비후보자만 별도로 추려 설문하는 가상대결이 별도 제약을 받지 않고 공표되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요건만 갖추면 무작위로 실시한 가상대결이라도 유권자들에게 결과를 그대로 노출시킬 수 있어 7ㆍ30 재보선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8일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이하 선거공심위)에 따르면 지난 3일과 4일 각각 경기 김포시와 평택을 재보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등록됐다. 김포의 경우 코리아데일리가 윈폴에 의뢰해 지난 2, 3일 김포 거주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했다. 조사는 새누리당 홍철호 김포당협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전 경남지사, 무소속 김두섭 전 의원 등 3명의 예비후보자에 대해서만 실시됐다. 그 결과 홍 위원장이 49.2%의 지지율로 김 전 지사(26.6%)에게 2배 가까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홍 위원장이 새누리당 최종 후보로 결정됐지만 7일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에서는 홍 위원장 외에도 이윤생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김동식 전 김포군수가 경선 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7일 기준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김 전 지사와 함께 김다섭 전 김포지역위원장이 여전히 경선 대결을 펼쳤지만 역시 조사대상에서 빠졌다.

평택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는 한술 더 떴다. 새누리당 양동석 평택당협위원장이 자체적으로 비전코리아에 의뢰해 평택 시민 19세 이상 1004명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5%P)에서는 양 위원장과 새정치민주연합 정장선 전 의원과의 양자대결 결과가 공개됐다. 양 위원장 지지율이 49.7%로 정 전 의원(36.7%)에 1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작 새누리당이 공천 대상으로 지목한 최종 후보자는 양 위원장이 아닌 유의동 전 박근혜 대통령후보 중앙선대위 자료분석팀장으로, 야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등장하지 않던 인물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가장 앞선 지지율을 받던 후보자가 공천에서 탈락하고 새로운 후보자가 나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처럼 각 당에서 복수의 후보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자의적 기준에 의해 특정 후보자만 선별해 실시하는 가상대결이 버젓이 공표되고 있다.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피조사자 선정방법, 표본크기, 조사지역ㆍ일시ㆍ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내용, 연령대별ㆍ성별 표본크기 등 선거법에서 정한 요건만 명시하면 후보자를 어떻게 섞든 관계 없이 선거공심위에 여론조사 결과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공심위 관계자는 “모든 예비후보자를 대상으로 조사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보통 몇몇 후보자 간 가상대결을 조사하는데 딱히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선거에서 기호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유권자가 혼란을 겪는 것 이상으로 여론이 왜곡되고 그릇된 판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평택 가상대결을 본 유권자들은 공천대상이 바뀌었다는 것보다 ‘1번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는 점에 더 주목할 수 있다. 선거공심위 관계자도 “기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특정 후보와 관계 없이 유권자들의 여론으로 굳어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