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주체가 소상공인인데 의무휴업 하라는 게 말이 되나요?”(복합쇼핑몰 관계자)

지난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산업통상자원부는 IFC몰, 타임스퀘어, 가든파이브 등 9개 복합쇼핑몰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에서는 그동안 ‘못다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복합쇼핑몰의 의무 휴업과 출점 제한 등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지 2개월 남짓. 복합쇼핑몰과 전통시장은 시소의 양 끝에 놓여져 어느 하나가 하늘로 올라가면 어느 하나는 땅으로 떨어져야 하는, 그래서 필연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존재가 돼버렸다. 간담회에선 이같은 분위기도 팽배했다.

씨알 같은 상인 한명 한명이 모여 구성한 복작복작한 유기체. 그것이 전통시장이라면, 복합쇼핑몰은 웅장하고 거대한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빈틈없이 설계된 매장의 벽면과 구조, 철저하게 고려된 고객의 동선, 지중해의 도시를 이식해 놓은듯한 인위적이고 이질적인 공간….

이 모든 요소들이 뒤엉켜 ‘복합쇼핑몰’이라는 차갑고 위압적인 비인격체를 만들어냈다. 복합쇼핑몰은 어느새 골목시장을 밀어내고 침탈하는, 그리하여 규제해야 하는 해악으로 둔갑했다.

하지만 평평한 흙더미 아래 수천마리의 개미가 모여 공동체를 이루듯, 복합쇼핑몰도 수백 명의 소상공인이 응집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슬퍼하고 기뻐하며 고군분투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집약된 하나의 공동체다. 복합쇼핑몰은 대형마트와 달리 임대차 매장이 90%(추산)에 이른다. 매달 임대료를 내고 영업하는 소상공인이 대다수라는 얘기다. 스타필드 하남점과 고양점의 경우는 90%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점은 98% 가량이 임대 매장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 쇼핑몰도 임대차 매장 비율이 비슷하다는 게 유통업계의 중론이다.

잠정적 규제 대상에 포함된 일부 쇼핑몰의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가든파이브와 같은 복합쇼핑몰은 사실상 중소 소상공인이 모여서 만든 ‘신식 전통시장’에 가깝다. 가든파이브는 지난 2003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청계천 복원공사로 인한 인근 상인의 이주 대책으로 등장했다. 이때 분양권을 얻은 소상공인과 SH공사가 소유주다. 프레스ㆍ볼트ㆍ조명 같은 가공업종이 몰린 ‘웍스’는 100% 소상공인이 보유하고 있고, ‘툴’은 50%, ‘라이프’는 30%가 소상공인 소유다. 전통시장 상인을 위해, 또다른 소상공인을 몰아낸다면 누굴 위한 법이냐는 말이 나옴직한 게 현실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도 “복합쇼핑몰의 상당수 영업 공간은 일반 개인이 임대 분양을 받아 운영하고 있어 소상인의 직접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라며 “미용실, 네일샵, 핸드폰, 잡화점, 카페, 음식점 등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는 보증금과 함께 매달 임대료를 내고 영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말 장사를 쉬게 되면 소상공인의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며 “전통시장 상인은 보호받아야 하고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은 보호받지 않아도 되느냐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복합쇼핑몰이 쉬면,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섣불리 추진한 개정안은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불완전한 법은 역차별을 조장한다. 전통시장 상인은 보호 받아야만 하고, 쇼핑몰 입점 상인은 규제해도 된다는 기준은 도대체 누가 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지난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이나 납품업자도 쇼핑몰 시장 영세상인과 같이 모두 정당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복합쇼핑몰 규제안을 놓고 중기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정치권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데 국민들이라고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날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서로 처해있는 상황이 달라 획일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며 “복합쇼핑몰 규제를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개정안의 한계를 인식한 것은 복합쇼핑몰 업계만이 아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각 업체가 가지고 있는 상황이 다른 만큼 지방자치의 조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예외 법칙을 검토하겠다”면서도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사연 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처럼 법의 실효성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뒷맛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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