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대국민 인식조사
#. 1997년 11월 21일 밤 10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19층 대회의실은 늦은 시간에도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였다. 정부의 긴급 기자회견 때문이었다.
곧이어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회의장에 입장해 무겁게 입을 뗐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측과 협의를 거쳐 최근 겪고 있는 금융·외환시장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 조절자금을 지원해 줄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른바 ‘IMF 외환위기’의 시작이자 공식화를 알리는 발표였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우리 경제는 국가부도의 위기를 딛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글로벌 경제리더 중 하나인 G20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는 경제는 물론 우리 국민 모두에, 또 사회 전반에 가혹할 정도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IMF 외환위기 20년을 맞아 ‘IMF 외환위기 20년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 남아있는 IMF 외환위기의 악몽과 잔해들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나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RDD를 이용한 전화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관련기사 6면 설문에서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IMF 외환위기가 본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특히 대학생(68.9%)과 자영업자(68.9%)들이 삶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8.0%에 불과했다.
산업화 이후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이 ‘IMF 외환위기(57.4%)’를 꼽았다. 1970년대 석유파동, 2000년 IT 버블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자릿수 응답에 그쳤다. 다만 2010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저성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6.6%에 달해 현재의 팍팍한 경제상황을 대변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2017년 현재에 미친 영향 중 국민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본 것은 ‘비정규직 증가(88.8%)’ 였다. 대량해고 사태 이후 노동유연성 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에 눈을 돌린 결과, 현재에 와선 고용안정성 훼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본 것이다. ‘평생직장’이 옛말이 되면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ㆍ교사 등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응답도 86%에 달했고, 양극화에 따른 국민간 소득격차 심화(85.6%), 취업난 심화(82.9%), 사회복지 등 국민혜택 저조(77.9%), 소비심리 위축(57.8%), 삶의 질 저하(43.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임원혁 KDI 글로벌경제연구실장은 “국민들이 외환위기 극복의 원동력으로 ‘금모으기 운동 등 국민 단합’을 ‘구조조정 및 개혁 노력’보다 더 높게 평가한 것에 주목한다”며 “포용적 성장을 통해 사회 응집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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